◎“군사제재” 발언 등 상반된 접근/“접촉 잦지만 이해달라 딴생각” 북한은 15일 미국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서를 전달했고 같은 날 미국은 유엔안보리에 제출할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을 완성했다. 북한핵문제가 급박한 수순밟기에 접어 들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서 한미간의 의견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졌다는 인식아래 워싱턴과 서울, 유엔과 외무부간의 의사교환 채널을 완벽하게 열어 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핵의 최대 이해당사자이면서도 핵협상의 「제3자」로 물러 앉아 있는 이상 협상의 한쪽 당사자인 미국은 유엔과 IAEA등 국제사회를 대신해 협상을 하고 있는 동시에 우리 정부를 대리해 북한과 대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이 자신들 「외교정책」의 일환으로만 북한핵문제를 취급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우리 정부는 이같은 미국의 접근방식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북한핵문제로 한반도의 「가상적 위기감」이 필요 이상으로 제기되면서 『미국이 북한핵문제를 자신들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한반도의 긴장에는 소극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해묵은 「불신감」이 싹틀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즉 한미간에는 구체적 이해까지 공유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미간에는 사전 혹은 사후의 의견조율과 공감대형성이 비교적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요한 사안의 고비마다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국대통령간의 「전화회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승주외무장관과 크리스토퍼미국국무장관간의 회담이나 통화도 잦은 편이다. 또 김삼훈 핵담당대사가 미국을 방문, 세부적인 협조방안을 다듬은데 이어 조만간 로버트 갈루치 미국의 북한핵담당대사가 우리나라와 일본을 방문해 한미일 3국간의 공조방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모양의 이면에서는 『의견조율은 잦으나 이해까지 공유하는 완전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IAEA의 탈퇴를 선언했을 때 IAEA의 종주국인 미국은 북한의 태도를 「용서할 수 없는 반국제적 행위」로 규정하면서 일부에서는 『군사적 제재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우리 정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으며 회의를 주재한 이홍구통일부총리는 『유엔의 제재도 대화를 위한 제재』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위기에 대한 다소 상반된 듯한 인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다.
한미일 3국간의 공조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김삼훈대사가 방미, 3국간 실무대책회의를 가졌을 때 『같은 이해당사자로서 셋이서 합심해서 북한핵에 대응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IAEA탈퇴라는 돌발변수에 부딪치자 합의나 의견조율은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 사실이 유엔의 대북제재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정식으로 논의하려면 예정대로 2∼3주일은 지나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은 하루 뒤에 곧바로 대북제재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서로의 이해가 달랐던 것이다.
북한은 IAEA탈퇴 외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라는 또 하나의 카드를 이미 꺼내 보이기 시작했다. 한미일 3국간, 특히 한미 양국간의 「동반자 대응」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은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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