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백26개… 22개 늘어/공정거래위 발표/자기자본 비율은 겨우 20% 문민정부 들어 재벌의 경제력집중현상과 문어발식 기업확장이 더 심화되고 있고 그룹총수중심의 소유집중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5일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94년 대규모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분석」에 따르면 30대재벌그룹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2백12조1천6백50억원으로 경상국민총생산(GNP·2백63조8천6백9억원)의 80.4%에 상당하는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GNP대비 30대그룹 총매출액 비중이 92년 78.9%에서 1년 사이에 1.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부가가치개념인 GNP와 매출액을 맞비교할 수는 없지만 재벌의 경제력집중추이를 가늠하는데는 이 지표가 유용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30대재벌그룹의 계열사수도 6백26개에 달해 1년전보다 22개 늘어났다. 이는 그동안 위장계열사로 남아 있던 기업이 정식계열사로 강제편입됐기 때문이지만 계열사간의 합병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계열사수가 계속늘어 나고 있다는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또 그룹총수(동일인)지분과 친인척·임직원등 특수관계인지분 및 계열회사지분등을 합친 내부지분율은 지난 4월1일현재 평균 42.7%로 전년동기대비 0.7%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그러나 현대(61.3%) 삼성(48.9%) 선경(50.9%) 한진(43.9%)등 거대재벌의 내부지분율은 평균치보다 여전히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재벌일수록 가족경영중심의 전근대적 소유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재벌그룹의 재무구조도 아주 취약하다. 자산총액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자기자본비율)이 평균 20.1%에 불과하다. 타인자본의존도가 79.9%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1천억원의 자산을 운영한다고 가정할 때 자본금등 자기자본은 2백1억원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7백99억원은 금융기관대출금 회사채발행 사채등 타인자본이라는 뜻이다.
30대재벌안에서의 상위그룹과 하위그룹과의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삼성 현대 대우 럭키금성 선경등 상위 5대재벌의 매출액합계는 1백40조6천7백10억원으로 30대재벌의 매출액합계의 66.3%를 차지하고 있고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의 비중도 각각 81.2% 89.7%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이백만기자】
◎문민정부 대재벌정책 “뒷걸음”/공기업 민영화·SOC투자등 더악화 소지
▷해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한번씩 발표하고 있는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분석」은 정부의 대재벌정책 평가표다. 이 평가표에 의하면 문민정부의 대재벌정책은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뒷걸음질치고 있거나 답보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말해 문민정부 1년동안 재벌문제는 과거보다 나아진게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해 신경제5개년계획을 통해 ▲업종전문화 ▲소유와 경영분리(소유분산) ▲경제력집중완화 ▲재무구조개선등의 정책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들 정책들을 평가해 주는 지표가 대부분 악화됐기 때문이다.
30대그룹의 영위업종이 92년 평균 18.3개에서 93년에는 19.1개로 늘어났고 경상국민총생산(GNP) 대비 30대그룹의 매출액 비중과 계열회사수 타인자본의존도등이 일제히 확대된 것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또 정부당국에서는 강력한 소유분산정책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대 선경 금호 두산 동국제강 삼미 미원그룹등의 내부지분율은 더 높아졌다. 거대재벌들이 정부정책을 마이동풍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력집중심화등 재벌문제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재벌그룹들을 대상으로 공기업민영화정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있고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에 재벌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정책은 특히 재벌그룹의 타인자본의존도(부채비율)를 크게 높여 한국경제의 전체적인 대외경쟁력제고에 많은 어려움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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