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부부 부모 맡긴돈으로 몰래 새집 장만/“치료비 쓸돈” 반환 요구하자 “부양비내라”/딸 변호사도 “떳떳지 못하다” 사임계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박용상부장판사)는 15일 박모씨(79)부부가 셋째딸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딸부부가 쓴 부모의 돈 4천3백80만원을 돌려주라』고 원고승소판결했다. 또 부양비 5천6백98만원을 내놓으라는 딸부부의 반소청구는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 부양은 자식된 도리이며 의무』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모 부양에 얼마간의 비용이 들어갔더라도 자식으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것일뿐이다. 같은 부양의무자인 형제들에게 자신들의 분담분을 넘는 부양비용지원을 요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모에게 부양료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8남매를 둔 박씨부부는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킨후 시장에서 해산물장사를 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했으나 부인 조모씨가 89년 3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생활능력을 상실하자 병원과 가까운 셋째딸 집에 방 한칸을 얻어 함께 살게 됐다.
박씨부부는 90년 2월 치료비와 자신들의 묘지구입을 위한 비상금을 마련키 위해 마지막 남은 재산인 경기 성남시의 21평짜리 아파트 처분을 셋째딸 부부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딸부부는 아파트 매각대금 4천3백80만원을 부모 몰래 새집 장만에 써버린 뒤 박씨부부가 광주의 아들 집에 가 살겠다며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우리와 계속 함께 살자』며 돌려주지 않았다.
딸부부에게 속은데 격분한 박씨부부는 92년 2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자 딸부부는 3년1개월간의 부모 부양에 5천6백98만원이 들었다며 반소청구로 맞섰다. 딸부부는 「파출부비용 하루 1만5천원(1천6백65만원), 식비 한끼에 6천원, 방세 월 15만원, 치료비 및 약값 월 30만원, 우유 간식비 목욕 이발비」 등을 조목조목 열거한 목록을 법원에 제출, 『아파트매각 대금보다 많은 돈을 썼으므로 차액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과정에서 양쪽 변호사와 재판부는 화해를 적극 유도했으나 실패, 지난해 4월에는 딸부부의 변호사가 『더 이상 떳떳하게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며 대리인 사임계를 재판부에 내고 사임해 버렸다. 딸부부는 학원등을 경영, 비교적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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