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한 법정은 최근 학교를 59일 동안 빼먹은 8세 소녀의 어머니에게 1백일 징역형을 선고했다. 판사는 『부모의 무관심과 애정결여가 아이들의 탈선으로 직결된다』며 의무교육마저 외면하는 부모는 범죄자와 다름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각 주는 갈수록 늘어나는 청소년범죄의 주 원인이 가정교육잘못이라는 판단아래 법을 고쳐 비행청소년들의 부모를 처벌하고 있다. 태만한 부모들을 엄벌함으로써 자녀교육의 근본을 살리려는 취지다. 일리노이주는 두 아이의 취학에 무관심했던 주부에게 12개월 보호관찰에 25시간의 지역사회봉사, 1백50달러의 벌금을 병과했으며 하와이 호놀룰루에선 학생이 4시간 이상 무단결강하면 경찰이 부모와 학생을 불러 특별선도교육을 받게 하고 여기에도 나오지 않으면 감옥으로 보낸다.
83년부터 교육개혁을 추진해온 미국은 초등교육에서부터 교육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이처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모처벌조치는 『우리는 가정으로부터의 기여를 상실했다』 『학교의 짐이 너무 무거워졌다』 『부모의 도움없이 학교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교육전문가들의 탄식과 대책촉구에서 비롯된 일이다. 미국은 90년 1월 ①취학전 교육강화 ②고교졸업률 제고 ③학력수준 향상과 성숙한 시민양성 ④수학·과학교육 강화 ⑤성인교육·평생교육 진흥 ⑥폭력·마약없는 학교등 2000년을 목표로 한 6개항의 「국가교육목표」를 발표한 이후 1차적으로 교육열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자녀가 학교에 가거나 말거나 내팽개쳐두는 학부모들은 거의 없다. 한국을 오늘날 이만큼 발전하게 한 주요 동력 중 하나가 어느 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한국인들에게 자식 가르치기는 부모세대의 못배운 한을 풀거나 가장 확실한 신분상승의 통로를 마련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전문가들도 가정에서의 교육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학교의 부담이 커졌다는 탄식을 하고 있기는 미국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학습열이 아니라 더 높은 학력과 학벌에 대한 열기다. 자녀들에게 학과공부만을 강요하거나 자기 자신만 알도록 과잉보호하며 키우는 비뚤어진 교육열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교육열이 학습열로 승화되도록 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과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기획취재부장>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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