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가 보아도 비상시국이다. 북한핵문제가 우리의 안보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국민들은 저마다 혹시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의 위험에 대비하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없다는게 종합적인 분석이요 평가지만 만일에 한반도가 다시 전화의 불길에 싸인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이런 가정을 해본다면 정말 끔찍하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다. 이런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나라 전체가 하나로 뭉치고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비상시기를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의 위기 대응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하기는 커녕 반대로 저열한 정쟁으로 국론을 헝클어놓고 있는 것이다.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할 국가안보문제를 서슴없이 당리당략에 이용하는가 하면 국가적 비상사태를 앞에 놓고 서로 상대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기에 너무나 민망하고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치외교」 「허풍외교」 「무원칙 무능력외교」등의 표현을 거침없이 구사한 이기택민주당대표의 때아닌 기자회견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온갖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재를 반대한다」고 외치는 것도 엉뚱하고 「정부특사로 방북하겠다」는 말도 이상하게 들린다. 「대통령이 전쟁위기의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대목도 정부의 핵정책을 건전하게 비판하려는 표현이 아니다.
국가안보위기를 국민과 더불어 현명하게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이 기회를 이용해 현 정부에 대해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가 돋보이는 민주당의 회견이었다.
이에 대응하는 민자당의 반격 역시 감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더듬이 잘린 곤충」 「시대착오적 작태」 「비키니섬의 거북」에 비유하는가 하면 「국적」 시비까지 곁들였다.
국가위기를 앞에 놓고 연출된 한판의 저질 쇼에 한숨밖에 나올게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해 국민당과 신정당이라는 제3세력이 『북핵문제가 수습될때까지 정쟁을 중지하자』고 제의하고 나선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비상시기에 여야가 어디 있으며 정쟁이 웬말인가. 민자·민주양당은 북한 핵문제로 야기된 현재의 위기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서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 그 국회는 정쟁을 지양해야 한다. 비상사태를 슬기롭게 넘기는 건설적이고 건전한 의견들이 나와 국민적 동의를 얻고 이견을 여과하는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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