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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정치권/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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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정치권/신재민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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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핵문제로 온나라가 뒤숭숭한 마당에 정치권은 여전히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4일 상·하오 있은 이기택민주당대표의 긴급기자회견과 이를 반박하기 위해 급히 마련된 김종필민자당대표의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두고 『저급한 니전투구』라며 한마디씩 안하는 사람이 없다. 당의 대변인들이 했더라도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수준의 상호비난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당대표들이 서슴지 않았으니 국민의 실망감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특히 이대표의 기자회견내용에 발끈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선 김대표의 행동은 누가 보아도 집권여당의 대표로서는 품격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이대표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갑작스럽게 고위당직자회의를 소집했으면 회의결과를 대변인에게 발표케 하면 된다. 더구나 『한국사람인지 의심스럽다』 『국적불명의 발언』등의 표현으로 거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은 기자간담회 취지를 흐려놓기에 충분했다.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김대표가 무슨 이유로 기자간담회를 강행했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당내에서조차 『국민이 이대표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데 공연히 김대표까지 나서는 바람에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는 불만섞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대표의 발언도 북한이 IAEA탈퇴를 선언한 날에 듣기에는 거북한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야당이 정부정책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정부가 전쟁위기를 조성해왔다』는 등의 무차별공세는 지나쳤다. 이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당내사정이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나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상무대 국정조사문제에 집착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않았다.

 다행히도 하루만에 여야는 국민동요자제를 당부하고 정쟁을 중지하자고 입을 맞추는등 「정신차린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밖에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춰야 한다는게 상식이라는 점을 정치지도자들은 다시한번 상기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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