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개선땐 비핵 깬다” 소에 위협도/미사일 이용 한국원전공격땐 핵폭격 효과/권력세습 현체제론 이성적해결 난망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지는 15일 『북한의 핵개발은 한소 수교에 자극받아 본격화된 것』이라면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세습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 핵문제는 이성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위대한 수령은 왜 핵무기를 가지려는가」라는 제하의 기사 요지다.
북한에서 핵개발을 향한 작업은 이미 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김일성종합대학에 핵물리학과가 개설됐으며 동시에 소련과 핵연구 협력협정도 체결했다. 50명이 넘는 북한의 핵전문가들이 소련의 유명한 핵연구기관인 두브나연구소에서 연구했다. 김일성은 지난 65년 소련의 지원을 받아 최초의 연구용원자로를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이때까지 북경이나 모스크바는 북한이 전력공급을 위해 평화적인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양국의 이러한 믿음은 20여년이 지난 92년말 셰레메티예보2 공항에서 북한으로 출국하려던 30명이상의 러시아 과학자가 보위부에 의해 체포되면서 깨졌다. 로켓과 핵분야 전문가들인 이들은 북한에서 월 1천달러의 월급등 좋은 근무조건을 약속받고 핵기술을 넘기려 했다. 이들의 북한행은 저지됐지만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수명의 러시아전문가들이 북한에 체류, 핵개발을 돕고 있다.
북한이 소련에 대해 자체 핵개발을 천명한데는 한소수교와 관련이 있다. 90년 여름 셰바르드나제 당시 소련외무장관은 북한을 방문, 김영남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한국과의 수교 불가피성을 설득하려 했다. 당시 김영남은 김일성으로부터 북한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부정하는 모스크바의 조치를 극력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김영남은 셰바르드나제에게 최후의 카드를 내놓았다. 『고르바초프가 「남조선 괴뢰정부」와의 협력을 추진할 경우 평양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는다는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셰바르드나제는 북한의 위협을 감정적인 것으로 치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모스크바는 미국첩보위성이 북한에서 핵연료폐기물을 플루토늄으로 재처리하는 시설을 발견했다는 보도를 믿으려 하지도 않았다.
러시아정보기관은 오늘날에도 평양이 핵무기제조 기술과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데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러시아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성능 중·장거리 로켓을 보유한 사실은 인정한다. 이들 미사일은 화학·생물무기는 물론 핵무기 장착도 가능하다는게 이들의 견해다. 사실 북한은 미사일로 현재 남한에서 가동중인 9개의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핵을 개발하지 않고도 핵폭격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들은 특히 위성을 통한 정보만 믿고 있는 미국인들의 천진난만함에 놀라워했다.북한은 한국전 이래 전략적 가치가 있는 모든 공장들을 지하에 또는 산악 오지등에 은닉해 왔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중국이 반대입장을 취함으로써 대북제재는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에 70%의 석유와 60%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이 제재에 불참할 경우 사실 대북 경제봉쇄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한 김일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여기에는 두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는 유엔안보리를 우회해 제재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이 경우 북한이 한반도에서 도발할 위험이 있으며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김일성에게 군사목적용 플루토늄을 IAEA에 들키지 않도록 감추는 것을 묵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이는 또 하나의 핵강국 출현을 허용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핵확산 금지체제를 붕괴시키는 가장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세분석가들이 비관적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이 두가지 선택 모두 선뜻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생존과 부자권력 세습에 초조해 하고 있는 북한의 현 체제가 존속하는 한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이성적 해결이 안된다.
더구나 미국이 평양을 인정, 외교적 관계를 맺게 되더라도 김일성은 그대가로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하겠지만 새로운 흥정 또는 위협을 위해 무언가 또다른 「흉포한 비밀」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게 될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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