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란 언어를 도구로 한 협상 그 자체다. 나라와 나라가 대표를 선정하고 서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고도의 전략으로 줄다리기를 펼치는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테이블에 앉은 대표는 상대방의 마음을 재빨리 읽고 꿰뚫어 볼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교과서같은 설명에 「그렇긴 해도 역시 어려운 상대는…」 하며 자주 거론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그들의 민족성 자체가 쉽사리 자신의 속 마음을 드러낼줄을 모르는데다 대화의 표현에서조차 선뜻 진정한 뜻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다.◆중국사람들의 일상대화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에 호(하오)와 차불다(차부둬)란 말이 있다. 호만 해도 분위기·감정·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그렇다」 「좋다」와 같은 찬성·긍정에서부터 「알았소만…」과 같은 어정쩡한 반응, 심할 경우에는 「그래」하며 부정의 뜻이 담긴 빈정거림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차불다도 마찬가지. ◆며칠전 미 LA타임스는 지난 20년간의 대중외교자료를 분석한 끝에 그동안의 미대통령과 국무장관들 가운데 중국외교술에 농락당한 경우가 허다했다며 시기, 양측 당사자의 이름까지 밝힌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징적이고 대표적이었던 케이스로 북경을 방문했을 때 호화판 연회에 넘어갔던 「구워삶기작전」, 협상이 시작되면 자신(중국)들의 원칙을 정해 반드시 관철토록 하며 상대방부터 입을 열도록 하는 「탐색작전」, 협상이 어려워질수록 상대방이 벼랑 끝에 이르도록 하는 「협공작전」, 상대의 정적을 연계시키는 「약점이용작전」을 꼽았다. ◆그리고 그 당사자로는 닉슨, 키신저, 브레진스키가 대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먼 훗날 한중외교사에서도 이같은 분석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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