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처리」에 초미관심/핵탄4∼5개제조 플루토늄 생산가능/빠르면 2∼3달새 “결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면서 앞으로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찰도 더이상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당장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8천개의 핵연료봉(사용후 핵연료)에 국제사회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핵안전조치의 계속성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사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돼있다. 우선 북한이 IAEA탈퇴성명에서 밝힌대로 평양에 잔류하고 있는 IAEA사찰원 2명을 추방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시 및 일반사찰을 받지 않으며 핵시설에 설치된 카메라등 감시장비의 유지와 보수를 위한 기본적인 사찰활동마저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유엔안보리는 지난달 30일 채택한 의장성명에서 연료봉의 전용여부 검증기회가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IAEA사찰원을 계속 잔류시킬 것을 요구했었다. 이는 북한이 이미 녕변의 5㎿원자로에서 제거, 보관하고 있는 8천개의 연료봉을 재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시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그들의 외교부성명대로 한다면 이들은 곧 추방될 것이다. 그렇다면 8천개의 핵연료봉은 국제사회의 감시없이 완전히 북한의 의지에 맡겨지는 것이다. IAEA관계자들은 북한의 IAEA탈퇴보다 이 부분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한 IAEA의 탈퇴는 원자력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가 아닌 이상 국제기구에서의 주권포기라는 것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 기구의 탈퇴가 IAEA와 체결한 핵안전협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 북핵전담대사가 북한외교부의 성명직후 IAEA사찰원의 추방이나 감시카메라제거는 『새롭고 매우 위험한 사태악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바로 8천개 연료봉을 의식한 말이다.
CIA보고와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에 의하면 북한이 8천개의 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핵폭탄을 4∼5개 만들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건식연못에 보관, 냉각중인(공냉식) 폐연료봉은 빠르면 약2∼3개월, 늦어도 6개월내면 방사능 재처리가 가능한 단계로 감소되고 위험을 무릅쓰면 그 이전이라도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사찰원이 추방된다면 북한이 재처리하는지를 확인할 방도가 사실상 없어진다. IAEA에 의하면 감시용 비디오 카메라도 수주내면 배터리가 떨어진다. 결국 북한이 사찰을 다시 수락할 때까지 재처리여부는 어둠속에 가려지는 것이다.
IAEA는 지난3월 제한된 규모의 사찰에서 북한이 방사화학실험실안에 제2처리라인을 건설중인 것을 확인했는데 앞으로 6개월내에 가동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녕변에는 50㎿급의 제2기 원전이 올해말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8천여개의 핵연료봉은 군사목적이든 정치적 목적이든 북한측에서 본다면 새로운 강력한 대서방용 카드가 될 수 있으며 서방에는 엄청난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이를 계산, 성사단계였던 3단계 북·미 고위급회담을 제재국면으로 급선회시키면서까지 연료봉교체작업을 가속화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어쨌든 앞으로의 북한핵문제 해결과정에서핵연료봉에 대한 안전조치는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며 그럴수록 북한은 활용가치를 최대한 구하려할 것이 틀림없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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