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우려 즉각 반응… “미와 협의”/일본/“제재땐 더 악화” 서방설득 계기로/중국/앞으로의 사태책임은 북한에/러시아/“급속악화 안될것”… 언론 차분/EU▷일본◁
일본정부는 14일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탈퇴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전날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뉴스를 접한 외무부는 즉각 대변인담화를 통해 『북한의 이번 행위는 핵무기 개발의혹을 불식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논평하고 『일본정부는 북한에 대해 IAEA의 탈퇴 및 사찰거부의 재고를 촉구한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타 쓰토무(우전자)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의혹을 해소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IAEA탈퇴를 선언한 것은 실로 유감』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아직 NPT를 탈퇴한 것은 아닌 만큼 북한이 국제사회에 협력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버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가키자와(시택홍치)외무장관은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협의, 「북한의 진의를 확인한 후 앞으로의 대응을 긴밀히 논의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행동은 카터전미대통령의 평양방문이나 안보리의 결의안제출 움직임등에 대항하여 선제적인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것이 일시적인 흥정인지 NPT탈퇴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이같은 자세에 대해 『북한이 유엔안보리가 경제제재를 발동할 경우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 핵확산금지조약(NTP)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한미일 3국 등 관련국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면서 『북한이 강경자세를 견지, 유엔의 제재조치를 봉쇄하고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 얼마간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노림수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도쿄=이재무특파원】
▷중국◁
북한이 IAEA 탈퇴를 선언했다는 세계적 톱뉴스는 하루가 지난 14일 하오 중국의 신화통신에 단 한줄비쳤다. 북한핵 문제가 악화된 이후 비교적 신속하게 북한의 성명이나 노동신문 논평 등을 타전했던 신화통신이 이처럼 중대한 뉴스에 대해 이렇게 늑장을 부린 일은 분명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의 IAEA 탈퇴 선언이 그만큼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핵연료봉 독자 교체로 북한 핵위기가 깊어진 이후에도 「대화에 의한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의 입장은 북한과 국제사회가 마치 동일한 레일 위를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IAEA 이사회가 지난 10일 대북 기술지원자금의 제공을 중단키로 결의한데 이어 유엔 안보리도 이번주부터 대북 제재결의안 논의를 시작하는 등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은 전례없이 단호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압력에 양보할 기미는커녕 IAEA 탈퇴라는 강수로 맞대응,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IAEA 탈퇴가 중국에 곤혹감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대북제재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중국의 기존 논리가 이로써 뒷받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IAEA 이사회의 결의가 북한의 IAEA 탈퇴라는 역효과를 초래했듯이 안보리의 제재결의안은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기는커녕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란 주장을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강력하게 펼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지난번 IAEA 이사회에서 『대북원조중단 결의는 모순을 더욱 격화시키고 사실상 제재를 의미하기 때문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뒤 정작 표결에서는 기권했다. 이는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결의안 내용에 따라서는 기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북한에 대한 경고성 행동이었다. IAEA 이사회에서 기권을 통해 북한의 자세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한 중국은 북한의 IAEA 탈퇴라는 사태를 서방측을 설득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북경=유동희특파원】
▷러시아◁
러시아는 북한의 IAEA 탈퇴 선언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핵 연구나 IAEA 가입과 이후의 관계는 구소련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65년 구소련으로부터 IRT 2000이라는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함으로써 핵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구소련의 지원 아래 원자력개발을 추진했다. 북한의 IAEA 가입과 IAEA 핵안전조치협정 서명은 소련의 후원과 권고로 이뤄진 것이며 북한은 지난 89년부터 91년까지 소련의 지원으로 IAEA 이사국이 되기도 했다.
구소련의 승계국인 러시아는 이같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IAEA 탈퇴를 선언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탈퇴 및 도전행위에 앞선 전주곡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NPT 가입국은 IAEA 사찰을 받을 의무가 있음을 고려할 때 북한이 IAEA를 탈퇴한다는 것은 NPT 체제의 필요충분조건중 절반을 무시하겠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또 북한이 IAEA를 탈퇴할 경우 러시아가 북한 핵문제 해결책으로 제안한 IAEA를 포함한 다자간 국제회의 개최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는 원칙적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의하면서도 그에 앞서 정치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어 IAEA 탈퇴와 같은 북한의 강수는 러시아의 입장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것이다.
NPT와 IAEA의 주축국으로서 그동안 북한에 핵투명성 보장과 사찰 허용을 종용해온 러시아로서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따라서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고 NPT 체제를 준수할 것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IAEA 이사회 등을 통한 북한 설득노력도 계속할 전망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U◁
북한의 IAEA 탈퇴 선언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북한핵 문제를 꾸준히 보도해 왔으나 북한의 탈퇴 선언은 외신면에 조그맣게 취급함으로써 이같은 결정이 사태를 급속히 악화시키지는 않으리라는 시각을 반영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권위지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 타임스, BBC 방송 등은 북한의 IAEA 탈퇴 선언을 간략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가디언지는 서울발 르포기사에서 『한국민들은 놀랄 만큼 평온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걱정되는 것은 남북한간의 열전이 아니라 무더위 때문에 가죽옷이 팔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한국민들은 유럽 관광객들이 놀라서 한국을 찾아오지 않을까를 우려한다』고 한 이태원 상인의 반응을 보도했다.【런던=원인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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