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급,회비·식비로 절반나가”/귀순 북벌목공 일문일답
알림

“월급,회비·식비로 절반나가”/귀순 북벌목공 일문일답

입력
1994.06.15 00:00
0 0

◎국내보다 수입좋다고 여겨 대부분 지원/월50불벌어… 추위·배고픔에 일 못할지경/의사들 뇌물요구 병원에도 제대로 못가 14일 프레스센터에서 1시간여동안 진행된 귀순벌목공 공동기자회견에서 귀순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답변을 자청하며 벌목장의 실상과 생활을 담담하게 폭로했다. 그러나 북한에 두고온 가족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눈물을 흘렸으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벌목장에 가게 된 동기와 벌목장에서의 수입은.

 (원유남·25·제2연합세관 러시아어 통역원)

 『북한에서의 수입보다 훨씬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수입이 다 같지 않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나의 경우 5월 당시 북한돈으로 월평균 1백원(약 미화 50달러)을 받았다. 그러나 사로청회비와 식비등을 제외하고 남는 돈은 미화 25달러정도였다』

 ―벌목장의 생활은.

 (김동운·35·제2연합기업소 기중기 운전사)

 『하루 16∼22시간정도 작업을 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30분만에 식사를 하고 4시30분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점심시간은 하오 3시부터 1시간이다. 먹지 못하고 추위에 시달려 일을 못할 정도다. 입술이 모두 터지고 손가락이 얼어붙어 마치 유리창문처럼 투명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말도 못하고 있다. 참지 못해 병원에 가려 해도 의사들이 뇌물을 받으려고 혈안이어서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 배가 너무나 고픈 나머지 개구리등을 잡아먹으면 러시아인들은 우리들을 보고 「까마귀떼」 「두더지」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김승철·33·제2연합발전소 전공) 『한때는 작업도중 번개가 쳐 나무가 쓰러지는데도 발이 얼어 붙어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일도 있다. 지급되는 옷은 헌작업복 1개에 속옷 몇 벌이 전부이다. 영하40도에 속옷 하나에 작업복만 입고 일해도 땀이 날 정도다』

 ―벌목공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가.

 (김동운) 『불만이 대단하다. 대부분은 러시아와 북한간의 채벌권 계약이 깨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경우 벌목공들이 인질로 러시아에 남게 되며 북조선에 있는 가족들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러시아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탈출의 직접적인 동기는.

 (최청남·36·석탄건설연합대표부 건설노동자) 

 『1년6개월동안 작업하면서 생활비가 너무 모자라 국경근처의 상점에서 한국상품과 중국상품을 사다 팔게 됐다. 당간부가 이 사실을 알고 뇌물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해와 참지못해 그를 구타, 안전부에 검거되면 7년간의 징역생활을 할 것으로 생각돼 결심했다』

 ―탈출 결심 당시 북한의 가족들 생각은 하지 않았나.

 (김승철) 『어머니, 형님등 모두 9명의 가족이 있다. 최종결단을 하기에는 5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더이상 가족들을 볼 수 없을 것같다』(눈물을 흘림)

 ―정확한 탈출경로는.

 (김승철) 『93년 5월1일 탈출, 우즈베크와 나홋카등을 거쳐 은신생활을 하던중 신변의 위협을 느껴 머리맡에 총이나 칼을 놔두고 잘 정도였다. 현재 벌목장에서 탈출한 사람이 많이 있으며 이들도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어 자세한 탈출경로와 귀순경로를 밝힐 수없다. 양해해 주기 바란다』

 ―북한과 러시아의 채벌권계약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가.

 (원유남) 『자세히는 알수 없지만 1백개의 나무를 찍어 정품을 만들어내면 러시아가 67개를 북한이 33개를 차지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수입을 노동자와 간부가 50대 50으로 나눠갖기 때문에 2명의 노동자가 1명의 간부를 먹여살리는 꼴이다』 【박희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