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시아 동참유도 더 긴요”/카터 방북도 “최대활용” 선회 유엔안보리에서 논의될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북핵대응에 있어 미묘하면서도 신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대북제재를 소리높여 강조하는 「명분론」을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현실론」을 병행하기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인식은 현재 한·미·일 3국간에 협의가 진행중인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의 내용에서 뿐만 아니라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이사국에 회람시킬 대북제재결의안 초안은 『유엔의 제재가 지연되면 3국만이라도 독자적이고 포괄적인 제재를 실행한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재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다』는 현실적 전제를 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북송금 중단조치나 석유 및 식량금수등의 충격요법은 중국의 반대가 명백히 예상되므로 일단 유보시키자는 것이다. 경제적 압력의 유예를 상기시키면서 외교적 고립, 핵관련 기술원조 및 문화협력중단등을 이번 결의안초안의 주요내용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의 고위당국자는13일 『한·미·일 3국간에 새로운 결의안 초안을 마련, 유엔안보리에 상정하는 데에는 앞으로 2∼3주의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면서 『3국간 협의를 위해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곧 한국과 일본을 순방할 예정인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러한 시간적 「여유」는 중국을 설득하는데 쓰일것이며 이 경우 중국은 유엔의 결의안을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국제사회의 원칙으로 이미 결정된 만큼 당장의 제재방법선택보다는 그것이 북한에 대해 얼마 만큼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는 한·미·일3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을 실질적인 대북제재에 동참시키는 노력이 더 요긴하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도 강력한 대북제재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기권을 유도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이러한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인식은 카터전대통령의 남북한 연쇄방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드러나고있다. 정부는 당초 카터전대통령의 방북이 북한의 선전 및 지연전술에 이용될 것을 우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나 이제는 카터전대통령의 남북한 연쇄방문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것으로 보인다.
13일 하오 방한한 카터전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전후해 14일과 18일 김영삼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을 잡은것은 그 모양이나 실질에 있어 북한에 명분을 주지 않고 우리가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카터전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우리정부와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를 북한에 직접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러시아가 8자회담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하고 있는 국제회의문제도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서 또는 「대화를 위해 제재를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본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자신들이 제의한 국제회의가 한미양국에게 적극 수용되지 않는다해서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최근들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지속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정부가 충분히 인식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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