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폐해 근절” 당위성 집착/“법개정도 무난” 안이한 판단/청와대측과 사전조율여부 관심거리 교개위가 13일 발표한 「고교교육정상화를 위한 대학입학제도 긴급대책안」은 대통령에게 정식보고되지도 못한채 7시간만에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교개위는 당장 95학년도부터 본고사를 폐지하는것을 주요내용으로 80년 교육대개혁조치에 버금가는 의욕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평지풍파만 일으켰다는 비난을 자초하게됐다.
청와대는 『교개위가 대책안을 긴급하게 건의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공감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95학년도 입시를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미 확정된 방침을 변경하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하게된다』고 밝혔다. 2천년대를 내다보는 교육개혁의 과제를 떠맡은 교개위는 무엇때문에 이같은 대책안을 서둘러 성안했나.
발족이후 4개월여동안 교개위는 교육개혁과제중 가장 시급한것이 대입제도변경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지난11일 전체회의에서 이번 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회의에서 본고사폐지시행시기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개위는 개편안에서 『정도를 걷는 판사의 부인이 자녀과외비 마련을 위해 파출부를 하고, 이발사가 자녀과외를 위해 한달에 30만원을 지출하며, 학교성적 1등인 여학생이 성적부담으로 투신자살하는가 하면 고교생 78%가 자살을 생각했다는 통계가 나오는 현실은 대입 과외문제가 총체적 사회병리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교개위는 또 『70년대의 망국적 과외병이 재연되는듯한 현실을 초래하는 본고사의 폐지가 가장 시급한 교육개혁과제』라고 밝혔다. 내신제도에 대해서는 각 대학이 고교생활기록부의 사본을 전형자료로 활용, 성적총점으로만 학생을 뽑을 것이 아니라 계열·학과별로 적성과 능력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교개위는 이와함께 대학의 다양한 전형자료의 선택적 활용을 강조하면서 장기적으로 연세대가 추진중인 특별전형제를 예로 들며 대학도 뽑고 싶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복수지원제에 대해 전형일자의 장기화, 학교별·단과대학별 시기분할모집, 중앙기구 설치후 연중 학생선발방식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교개위는 본고사 폐지가 대학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육법시행령 71조2항을 개정, 본고사관련조항을 삭제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개위의 안이 발표되자 교육부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교육부는 『내년에 당장 본고사를 폐지한다면 혼란과 후유증이 극심할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교개위는 이처럼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전혀 청와대나 교육부등과 협의과정이 없었던 것일까. 이석희위원장은 이날 『청와대와의 사전조율은 없었다』면서도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시행가능성을 전제하고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해 어느정도의 자신감과 교감의 가능성을 내비치기도했다. 더구나 11일의 교개위전체회의에는 청와대교문비서관과 교육부차관, 대학정책실장등 실무자들이 참석했고 김정남청와대교문수석이 교개위의 간사 3인중 한사람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교개위만의 깜짝쇼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있다.
어쨌든 비난여론이 들끓어 교개위안은 폐기됐으나 숱한 문제점이 드러난 현행 대입제도는 언제,어떤 형태로든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됐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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