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교개위)가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대학입시에서 대학별고사(본고사)를 당장 오는 입시(95학년도)부터 없애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날까봐 겁을 먹었다는 것인가. 교개위가 지난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새대학입시제를 마련하기에 앞서 긴급대책안으로 「이미 예정돼 있는 대학입시에서 대학별 고사를 95학년도 입시에서 당장 폐지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결정했다는 발표를 보면서 우리는 교육에서 마저 「깜짝쇼」같은 충격요법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에 놀라움을 금하기가 힘들다. 이 긴급대책안이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면 96학년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건의한다는 것이다.
교개위의 이 건의를 보고받은 김영삼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본고사를 치르려는 39개 대학들이 국어·수학·영어등 도구과목을 시험과목으로 정함으로써, 고교교육이 파행운영되고 과외가 일반화 되며 특히 고액과외까지 성행하게 되는 부정적 요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해서 이미 일정까지 잡혀있는 대학입시에 일대 충격을 가하는 긴급대책안은 혼란과 부작용을 더할 공산이 클 뿐 당장의 실익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우리실정에 맞도록 대학입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여유를 갖고 차분하게 만들어야 한다. 개선안에 앞선 긴급안을 낸다는 것은 교개위가 무엇인가를 한다는 생색용밖에는 다른 의미가 없다.
우리 교육반세기 동안에 입시제도는 12번째 개선의 손길이 미치게 된다. 이번에는 기왕의 개선제도처럼 조령모개식으로 내놓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개선의 방향과 전제는 학생을 뽑는 일 정도는 대학의 자률에 맡기고 정부는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 되어야 한다.
대학이 제가 가르칠 학생을 선발하는데 있어 본고사를 쳐서 뽑든, 내신과 수능성적으로 뽑든, 무시험으로 선발하든 그 권한의 전부를 대학에 돌려 주는게 새 대학입시제 개선의 대전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가 본고사를 봐서는 안된다, 시험과목은 어떤 것으로 해야 한다고 용훼하는 자체가 잘못된 입시제도이기 때문인 것이다. 대학별고사가 그렇게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수한 인재를 변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본고사를 볼 수도 있어야 한다.
김영삼대통령이 교개위의 조급하기 짝이없는 입시제도의 긴급대책안을 비토해 다행이긴 하지만, 모든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교개위의 경솔은 지적당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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