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4.06.13 00:00
0 0

 타고난 미남에 재능까지 뛰어난 그가 대학시절 연극부장을 맡아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시공관(옛 국립극장) 무대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올린 것은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48년이었다. 문화예술인들마저 이념의 갈등으로 양분되었던 인재난의 혼란기여서 햄릿역을 열연한 그는 곧 연극계의 새로운 별로 자리잡았다. ◆전란 중에는 군예대에 소속돼 선무활동을 펼치다가 휴전과 함께 영화계에 진출하여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출연작품만도 5백여편, 셰익스피어연극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다진 그는 전성시대에 곧잘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로 비유되었으며 연기생활에만 만족지 않고 감독도 하고 영화사를 차리고 경영에까지 손을 뻗쳤다. ◆그러나 명배우 최무롱의 감독겸업과 경영참여는 몰락의 시발이 되고 말았다. 연출작품의 흥행에 실패하고 부실운영으로 부도를 낸 후 더 이상 연기생활을 계속하지 못한채 구속, 이혼, 도피성 이민, 여재력가와의 밀애설등 갖가지 스캔들에 휩쓸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세간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었다. ◆스크린의 주역으로서의 높은 인기가 고향에서는 여전하여 기형적인 여소야대의 4당체제하에서 금배지를 달기는 했으나 집권당의 재공천을 받지 못해 단임의원으로 그쳤고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영화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직책인 영상자료원이사장이 주어졌다. ◆그에게 있어서 영화계에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사기미수혐의구속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혐의내용이 너무도 구시대적이어서 더욱 혀를 차게 한다. 어쩌면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와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었던 명연기자가 그 재능을 스스로 내던지고 방황하며 비틀거린 인생역정이 안타깝기만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