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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강경」미에 「온건기류」부상/8자회담 검토·카터방북 등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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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강경」미에 「온건기류」부상/8자회담 검토·카터방북 등 변화

입력
1994.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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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채널론 한계 새해법 모색/대화안될땐 「제재가속화」 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위한 미국의 외교포위망이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방북과 러시아가 제의한 8자회담 구상의 실현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8자회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은 강경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미행정부내에서 다소의 기류변화로 감지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만하다.

 이와 함께 카터의 방북도 북핵문제의 반전 가능성에 한가닥 희망을 걸게하고 있다. 백악관이 카터전대통령에게 평양행을 종용한 듯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데다가 미국의 강경기류를 희석시키기 위해 북한이 카터의 방북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카터전대통령 부부는 지난 10일 상오 워싱턴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로부터 북한관련 브리핑을 들었으며 같은 날 하오에는 한승수주미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겸해 한반도 상황을 청취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방문이어서 준비소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번에는 그의 임무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가 필요없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카터전대통령은 이번에 부인 로절린여사와 그들의 오랜 지기인 메리언 클릭모어여사(전 스리랑카대사)등 단촐한 일행만을 데리고 간다. 비행기편도 분쟁지역 방문시 흔히 사용하는 전용기 대신 일반 여객기를 이용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빌 클린턴미행정부가 공식 채널로는 북핵문제 해결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하고 마지막 카드로 카터의 방북을 선택한 만큼 이번 방문이 실패로 끝날 경우 대북 제재조치에는 오히려 가속도가 붙게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러시아의 8자회담 제의도 카터의 방북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사찰 저지로 긴장이 고조되던 지난 3월 남북한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유엔 국제원자력기구등 8자가 참석하는 회담을 열어 북핵문제를 타결하자는 제안을 들고나왔다. 미국은 당시 『크렘린이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발상』이라며 이를 일축했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발로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체제 구축에 어려움을 겪게된 미국은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적당한 시점에서」이를 수용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미행정부내에서도 대량파괴무기의 확산방지에 관여하고 있는 국방부 관리들이 러시아의 제안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전세계적인 핵무기 반확산조치의 차원에서 대북 경제제재가 북핵문제의 해결에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소위 「우크라이나 방식」에 의한 다자회담 구상에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붕괴 이후 핵무기 철거에 완강히 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설득하기 위해 러시아가 참석한 가운데 3자회담을 열어 「넌―워너 계획」에 따른 미국의 경제원조를 약속하고 러시아의 핵무기사용 포기약속을 얻어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4시간동안 열린 고위 안보관계자회의에서도 8자회담의 수용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클린턴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카터전대통령의 방북이나 8자회담의 추진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번 주중으로 대북 제재결의안을 마무리한 뒤 이를 유엔에 상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정부는 유엔에서의 대북 제재를 모색하는 한편 카터전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저울질해가며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전망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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