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없어도 대화노력은 부각/“제재분위기 흔들우려” 비판도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방북계획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긍정·부정적인 측면이 교차하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우선 미국의 입장에서 어려운 북핵현안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 가시적 증거를 남기는 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카터의 방북결과가 어떠할 것이냐는 문제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조치가 구체화돼가는 단계에서까지 평화적 해법을 도모하는 「미국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카터 자신은 이번 방북이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성사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방북목적 만큼은 결코 개인적일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카터의 방북계획이 9일 하오(현지시간) 미 CNN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진 직후 미 국무부는 『카터 전대통령은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대화를 해왔으며 백악관으로부터 브리핑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권장할 일도 아니지만 개인차원에서 하겠다는 일을 막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같은 논평은 미국정부로서도 카터 전대통령의 활용가치를 현 시점에서 나름대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클린턴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의 정치적 대부라 할 수 있는 카터 전대통령을 「히든 카드」로 활용해 외교난제인 북핵문제의 극적반전을 시도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카터방북에 대해 백악관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클린턴행정부로서는 별로 밑질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카터 전대통령측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방북재가」를 요청했을 때 난색을 표시해온 클린턴행정부가 이번에는 동의해주었는지 여부도 분명치 않다.
다만 클린턴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카터특사」편에 김일성에게 친서를 전하기 보다는 구두메시지 정도만을 전달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카터방북이 별무소득으로 끝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카터 전대통령이 소득없이 돌아온다 해도 미국측으로서는 대북제재의 불가피성을 다시한번 국제사회에 환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이나 러시아로 하여금 반대의 명분을 그만큼 희석시키게 되는 외교적 계산도 카터방북카드에는 담겨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북한을 지나치게 고무시키는 역기능적 측면 또한 지나칠 수 없다. 어차피 대북제재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카터방북이 실패했을 경우 정책기조가 너무나 흔들리는게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이로 인해 더욱 거세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역대 미국대통령중 북한측이 가장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 카터다. 그는 재임중 주한미군감축을 결정, 실행에 옮겼었다. 그런 진보인사의 북핵중재실패는 곧바로 클린턴행정부의 경솔한 외교행태로 비쳐지면서 올 총선에서 공화당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더욱이 카터의 방북계획을 사전에 눈치채고서도 우리정부쪽에 냄새조차 풍기지 않았다. 북핵현안해결을 위해 유지돼온 한미공조가 무시된 엄연한 증좌가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미국의 대북제재구도가 현실적으로 커다란 장애에 봉착해 있다는 역설도 된다. 백악관이 카터방북계획에 대한 논평을 가급적 삼가면서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려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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