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국경」 허무는 동남아 오늘/“우린 친구” 자본·인력 자유왕래/산업간 상호보완 체제도 구축 아세안을 비롯,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공동의 번영을 이루어내자는 협력의 열기가 뜨겁다.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위해 이들은 동남아시아 곳곳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도로를 닦는 등 본격적인 구체화 작업에 나섰다. 아세안을 관통하는 대규모 가스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추진중이다.「성장삼각지대」로 불리는 작은 규모의 지역 경제공동체는 이미 활성화돼 자본과 인력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협력의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 경쟁은 새로운 지역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중심국이 되기 위한 것이다. 이 경쟁에는 아세안 6개국은 물론 베트남 미얀마등도 뛰어들고 있다.「협력하면서 경쟁하는」 동남아시아의 새 모습을 조명한다.【편집자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등 「아세안」 6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등 인도차이나 4개국을 포함하는 동남아시아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땅이다.
성장의 방법을 나름대로 체득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공통된 목표는 경제적으로 하나인 동남아시아를 만드는 것이다. 일부 국가만으로 구성된 아세안 (ASEAN·동남아국가연합)을 모든 동남아국가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아세안으로 완성하고 「아프타(AFTA·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진짜」 아프타로 만들자는 노력이다.
현재까지 동남아시아의 중심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주축으로 한 「아세안」이다. 67년 정치적 지역공동체로 출발, 80년대 후반부터 연 7%의 평균성장률을 기록하는등 주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아세안국가들은 지리적 정서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국가간의 협력을 통해 경제적 국경을 걷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올 초부터 실행되기 시작한 AFTA가 다소 난항을 겪고 있는 동안에 이들은 「성장삼각지대(GROWTH TRIANGLE)」라는 독창적인 구상을 만들어 내 「뭉치는 동남아」의 실현을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발전방식인 「성장삼각지대」는 그 규모와 지역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관세가 없어지고 사람들이 국적을 초월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지역 공동체가 「성장삼각지대」이다.
태국북부―미얀마 및 라오스―중국 남부를 연결하는「황금의 사각지대」등의 경제협력 구상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같은 구상은 서로가 협력하면 역내 각국의 성장을 배가시키고, 세계를 상대로 한 경제전쟁에서의 승리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뿌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 국가들이 아세안에의 동참을 시도하고 있다. 전쟁과 혼란에서 발전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이들 국가는 싱가포르등 아세안국가의 성장 과정에 주목하며 자신들의 성장모델로 삼고 있다. 아세안국가들도 이들의 필요성을 인정, 머지 않은 장래에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뭉치는 동남아시아」는 무한한 잠재력의 지역공동체일뿐 아니라 엄청난 시장이다. 아세안만 놓고 보더라도 3억3천만명의 인구와 2천9백30억달러(약 2백34조원)의 국내총생산(GDP), 높은 상품구매력,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을 잇는 도로·항만·공항 등 어림잡아 1조달러(약 8백조원) 규모의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이 필요한 개발지역이다.
인구 1억2천만명의 나머지 인도차이나 4개국이 합쳐질 경우 이 시장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이 지역은 2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시장에 접근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우리 기업이 아세안을 겨냥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들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는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잠재력을 무기삼아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국가간 산업간의 상호보완체제와 분업체제를 구축할 경우 한국 기업은 발붙일 여지가 없게 된다. 우리의 철저한 준비가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동남아시아는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기회의 땅」이 될 수도, 강력한 경쟁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뭉치는 동남아시아는 이 지역 국가들의 장래 희망이자 현실이다. 이 지역에서는 말레이시아 근로자가 싱가포르에 있는 직장으로 매일 출퇴근하고, 말레이시아 남자가 약혼녀인 인도네시아 여자와 태국 관광지 푸켓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는 장면들이 낯설지 않다. 동남아시아는 이미 정서적으로는 뭉쳐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곳 사람들은 동남아시아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한결같이 대답한다.『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외국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친구입니다』【싱가포르=김철훈기자】
◇아시아기동취재반
▲이백만(경제부기자)
▲정광철(정치부기자)
▲강진순(사회부기자)
▲최규성(사진부기자)
▲남재국(체육부기자)
▲황상진(사회부기자)
▲김철훈(문화1부기자)
▲이상원(국제부기자)
▲김광덕(기획취재부기자)
▲황양준(전국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