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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관광산업/“외화벌이 향락산업” 이젠 천덕꾸러기로(월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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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관광산업/“외화벌이 향락산업” 이젠 천덕꾸러기로(월드포커스)

입력
199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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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에 간다고 하면 주변에선 농담반 진담반으로 『조심하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AIDS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춘이 많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과연 태국은 매춘의 나라인가. 분명 태국에서는 매춘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다. 상당히 공개적이다. 호텔프런트에 놓여있는 무료 관광안내지에는 방콕내의 유명 마사지팔러광고가 버젓이 실려있다. 심지어 호텔의 리무진서비스 요금표에도 그런 장소가 명기돼 있다. 택시를 탔다 하면 운전사들이 추파를 던진다. 아가씨들의 사진첩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방콕의 대표적 홍등가 팟퐁은 이제 태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됐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디스코걸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옆에는 마사지팔러나 각종 「쇼」를 선전하는 조악한 표지판이 서있다. 홍등가 주변은 또 다른 세상이다. 의류 시계 기념품등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하나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천연덕스런 「생활전선」을 보고 있노라면 마침내 헷갈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매춘에 대한 태국 사람들의 생각은 무엇인가.

 태국인들에게 이 문제를 물어보면 상당수 사람들은 일단 외국언론의 과장보도를 비판한다. 어느 곳이든 대도시에는 그런 현상이 있는데 유독 방콕에 대해서만 매춘을 집중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인 매춘산업의 번창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면 『사실 문제는 문제』라고 답한다. 태국의 서울대격인 줄라롱콘대학을 졸업한 파라리씨(27·여·회사원)는 『매춘은 빈곤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정부도 단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앙마이인근 북부지역을 비롯, 태국의 대부분 외곽지역은 아직도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어린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일찌감치 관광객이 많은 대도시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소녀들은 별다른 의식없이 매춘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오히려 가족에 송금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교육수준이 낮기 때문에 AIDS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실제 방콕 다음가는 관광지인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AIDS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공인된 곳이다.

 이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매춘산업을 둘러싼 강력한 폭력조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외국관광객들의 꾸준한 수요등의 요인때문에 태국의 매춘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만 태국정부는 최근들어 미성년자 매춘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한 단속활동을 펴고 있다.

 추안 릭파이총리는 지난해 미성년자 매춘에 대한 특별 단속령을 내렸다. 미성년자 매춘은 방콕인근의 파타야등지에서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등 서구인들이 주된 고객으로 지목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등 유럽인들이 태국경찰의 단속에 심심치않게 적발된다. 태국의 관광산업은 외화획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춘은 태국의 관광산업에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태국지식인들은 국가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한다. 그들은 정부에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는 한편 『매춘을 위해 태국에 오는 관광객은 필요없다』고 말하고 있다.【방콕=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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