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유치 중요의사 결정 선도/인니/구미주도경제 거부 EAEC 제안/말련/인도차이나 3국 묶는 바트통화권 구상/태국 「협력과 경쟁」「결속과 갈등」은 아세안 6개 회원국들간의 관계를 압축하는 말이다.
67년 안보적 목적을 위해 창설된 아세안은 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지역공동체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원국들은 저마다 아세안의 주도국가가 되려는 욕심을 내보이고 있다.
아세안의 패권을 노리는 대표적인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꼽히고 있다. 인구 1억9천여만명으로서 아세안 전체 인구의 57%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7백달러에도 못미치나 GNP는 1천2백30억달러로서 아세안국가중 최대이다. 76년 아세안 사무국을 자카르타로 유치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총리의 집권이후 아세안의 지도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가 1천9백여만명에 불과하나 1인당 국민소득은 아세안 회원국 중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다. 마하티르총리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배제되는 동아시아 경제 협의체(EAEC) 창설을 90년말부터 제창해왔다. 미국 유럽등 선진국에 의한 세계경제 주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마하티르총리는 『아시아인을 위한 아시아』를 주장하면서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태국도 아세안의 주도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냉전이 해체되자 태국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3국과 연결하는 「바트(태국의 통화) 경제권」을 꿈꾸고 있다. 91년 6월 당시 태국의 아난판야라춘총리는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구상을 최초로 제안했다.
싱가포르는 높은 경제 수준을 바탕으로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역외 선진국가들에 『우리나라는 아세안으로 진출하는 길목』이라고 주장한다. 필리핀은 6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선진국이었으나 마르코스의 통치기간 중 국력이 쇠퇴해 현재 아세안을 주도할 여유가 없다.
이들 회원국간에 경제력 격차가 커서 AFTA 추진과정을 둘러싸고 약간씩 입장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관세인하 폭을 넓힐 것을 요구하는 반면 경제 수준이 떨어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등은 관세인하에 예외규정을 많이 두자는 입장이다.
또 최근 미국이 금수해제 조치를 내린 베트남의 아세안 가입을 둘러싸고도 회원국들간에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 대부분 베트남의 아세안 가입에 동의하고는 있으나 시기 선택에서 다소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간의 관계에 대해 현지의 외교관계자들은 『부분적 갈등과 경쟁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은 협력과 단결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자카르타=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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