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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종군위안부」 정계화 할머니/56년만에 고국땅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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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종군위안부」 정계화 할머니/56년만에 고국땅 밟아

입력
199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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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1박12일 일정 김포입국/마중 고종사촌과 감격의 눈물 「잊혀진 종군위안부」 정계화 할머니(69·중국 안휘성 태화현 강묘촌·본보5월18일자29면)가 56년만에 그리던 고국땅을 밟았다.

 열네살 어린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정할머니는 10일 하오 3시30분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감격과 통한의 눈물을 쏟았다. 고난의 세월속에 한국말조차 잊어버린 노인은 「어머니」 「아버지」란 외마디 말만 되뇌다 하얼빈의 위안소에서 버릇처럼 부르던 「아버지 어머니 어디 있어요. 오빠 동생아 언니는 만주에 있단다」란 이름모를 노래를 불렀다. 연민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고종사촌 정연홍씨(69)와 올케 강롱순씨(67)도 그만 울고 말았다.

 정할머니는 11박12일 일정으로 상도성결교회 김원동장로(49)의 서울 서초동 집에 머무르면서 고향 경북 경주군 감포와 어린시절을 보낸 부산등을 찾을 예정이다. 서울 혜화동 「나눔의 집」에서 군대위안부 출신 할머니들과도 만난다.

 정할머니는 경북 월성군 감포읍 전촌리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2남 1녀중 둘째로 태어났다. 일곱살때 생활이 어려워 일가가 부산으로 이사,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다 열네살이던 39년 혼자 바닷가에 나갔다가 괴청년들에게 납치돼 하얼빈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지옥속의 고통을 겪었다.

 산동성, 석가장등의 일본군부대로 끌려 다니기 5년만인 44년말 어느날 일본군 막사에 집중포격이 계속되는 혼란을 틈타 탈출에 성공했다. 탈주길에 국민당군을 만나 간호원 생활을 하던 정할머니는 49년 중국군인과 결혼, 안휘성에 정착했다. 그러나 육신이 멍든 탓에 아이를 못 낳아 이혼당한 뒤 고된 노동일로 생계를 이었다. 64년 중국인과 재혼했으나 전신신경통과 정신착란 증세로 72년부터 줄곧 병원 신세를 지며 불우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김원동장로는 『중국 무한지역에 군대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다수 생존해 있음이 확인된 마당에 정할머니의 모국방문이 해외생존 군대위안부 희생자들의 영구귀환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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