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구걸」지쳐 애태우자 「건강피」 선뜻 제공/비상훈련중에도 치료시간 맞춰 수혈 대기 육군 특전부대 장병들이 3년동안 입·퇴원을 거듭하며 투병중인 30대 백혈병환자를 살리자고 팔을 걷고 나섰다.
서울 교외에 있는 육군 비호부대 장병 40여명은 지난해 12월부터 헌혈자를 구하지 못해 약물치료를 받지 못하던 김진동씨(31·서울송파구마천동)에게 「건강한 피」를 공급해 주고 있다.
91년6월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김씨는 백혈구 증가로 인한 혈소판감소로 혈소판과 혈장등을 즉시 공급받지 못하면 죽게 되는 백혈병진단을 받았다. 매일 한번씩 투여되는 항암제와 건강한 사람에게서 방금 채취한 3백50∼4백㏄의 B형 혈액이 동시에 공급돼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초기에는 직장동료들이 피를 나누어 줬지만 투병생활이 길어지자 계속 부탁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2∼3일후 적합판정이 나면 치료시간에 맞추어 또 병원에 가 5시간정도 걸리는 수혈을 반복해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씨의 맏형 홍씨(46·건자재업)는 가게문을 닫고 「피 구걸」에 나섰다. 학교 교회등 사람이 많은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적십자혈액원에 부탁해 「매혈자」들과도 연락해 보았지만 수혈에 적합한 피를 찾기도 어려웠고, 사례금을 지불할 형편도 아니었다.
5차례의 재발로 입·퇴원을 거듭, 더 이상 피를 구할 수 없게 돼 홍씨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육군 비호부대였다.
무작정 부대를 찾아가 인사참모 정락호소령과 안전과장 박영주대위에게 사정을 호소하자 이들은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부대장은 완치될 때까지 계속 돕겠다고 「내 일」처럼 나서 주었다.
정소령과 박대위는 우선 부대 내에서 B형 혈액을 찾았다. 2백여명의 해당장병 가운데 지원자들을 서울대병원으로 보냈다. 이 중 「맑은 피」를 가진 42명이 사랑의 헌혈자로 선정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이후 전화만 걸면 즉시 달려오는 장병 42명의 건강한 혈액을 공급받아 원활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력 이동이 힘든 부대의 비상훈련·작전 때에도 치료시간에 맞춰 헌혈병은 어김없이 나와주었다.
이들의 도움에 힘입어 6개월간의 약물치료를 받은 김씨는 상태가 많이 호전돼 지난 4일 퇴원, 현재 통원치료를 하며 새 삶의 의지를 다져가고 있다. 9일 감사인사차 부대를 찾은 그는 『피를 준 모든 장병들을 형제처럼 생각한다. 꼭 건강을 되찾아 은혜에 보답하겠다』며 헌혈장병들의 손을 잡았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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