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처럼 가볍고 접으면 핸드백에”/“출근땐 캐주얼정장 퇴근땐 드레스 입고…” 미국의 듀폰(DUPONT), 일본의 도레이, 이토추(이등충)등 세계적 섬유회사들은 벌써 21세기 패션 산업에 관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놓고있다. 기업비밀의 자세한 내용들까지 알 수는 없지만 디자인에 의한 의류의 판매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사람 피부와 같은 질감의 제2 피부섬유(THE SECOND SKIN FABRIC)라는 신소재 개발로 판로를 넓힌다는 기본전략이다.
신소재의 옷은 가볍고 구겨서 뭉칠 경우 한줌밖에 안돼 핸드백에도 넣을 수 있다. 따라서 정장을 하고 출근했던 여성이 퇴근후 핸드백에서 드레스를 꺼내입고 파티에 갈 수 있다. 이런 고가 신소재외에도 섬유회사들은 저가의 신소재를 개발중이다. 1회용 팬티나 브래지어등 속옷류나 레저복에 많이 사용될 소재이다.
21세기는 직장생활(ON DUTY TIME LIFE STYLE)보다 집안 생활이나 여가 생활(OFF DUTY TIME LIFE STYLE)이 더 강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레저생활이 확대됨에 따라 정장보다는 캐주얼을 더 많이 입게 되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있도록 옷감의 소재는 기능성이 강조되고 무게가 가벼워진다.
김영순씨(디자인 카운슬 대표)는 21세기 패션은 신소재 옷감의 캐주얼화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활동복이 강세를 띠게 됨에 따라 운동복 등 스포츠웨어의 소재나 디자인이 고급 패션쪽에도 많이 사용되고 이에 따라 정장옷의 캐주얼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1세기에 대중화될 첨단과학기술로 만든 신소재들은 대부분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웨어에 지금부터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 섭씨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유럽이나 미국 스키선수들이 입은 스키복은 다른 나라선수들에 비해 유난히 가볍고 얇아 보였다. 미국 듀폰사가 개발한 리크레아(LYCRA)섬유로 만든 스키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머리카락의 2백50분의 1 굵기의 극세사 폴리아미드(POLYAMIDE)로 짠 리크레아 섬유는 방한 방수가 되고 섬유 자체가 햇빛을 받으면 발열, 방한복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첨단 섬유이다. 2005년께에는 폴리마이드보다도 몇배나 더 가느다란 초극세사들이 나올 전망이다.
이런 신소재를 활용한 21세기 패션 디자인은 어떤 모습이 유행할 것인가.
배천범교수(이대 장식미술과), 허준씨(패션평론가)등은 『지금 우리 패션시장의 구매층이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신세대들이다. 자신의 욕구를 서슴없이 표현하고 개성있게 옷을 입는 이들이 21세기 각 직장의 전문직에 진출했을 때 여성옷의 경우는 우아함을 강조하면서도 섹시한 디자인이 많이 나오고 그동안 변화가 없었던 남성옷은 정장뿐 아니라 속옷 팬티 양말등 전 제품에 걸쳐 색조를 많이 써 화려하고 색감이 뛰어난 복장들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개성화가 강조되면서 패션회사들도 소 브랜드시대로 접어들어 한 작품당 1백벌 내외의 작품만을 만들어야 살아 남을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재래시장까지 합쳐 3조억여원. 2005년에는 5조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국내시장의 포화 상태에 따라 국제화가 가속화 된다. 이신우 진태옥 트로아 조등 국내 톱디자이너들이 근래 1∼2년 사이에 파리와 뉴욕컬렉션에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유통망도 변화가 일어나 한 백화점에서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을 모두 파는 방물장사식에서 벗어나 패션 전문점시대가 열린다.
한편 전문가들은 21세기의 패션 본고장은 파리가 아니라 도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세계적으로 아시아의 패션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고 동양풍의 유행이 앞으로 10년은 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인데 서울도 도쿄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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