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길국가보훈처장(53)은 평소 「깐깐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다부진 모습이 총리실등에서 오랫동안 사정업무를 다룬 경력과 겹쳐 그런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는 무척 부드러운 남자다. 갖가지 여가를 즐기는 재능의 넓이와 깊이 때문이다. 그는 가수 뺨치는 노래솝씨에다 명곡을 두드리는 피아노실력을 갖고 있다. 테니스는 정부 고위공무원 가운데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잘 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처장이 가장 매력을 갖고 즐기는 것은 산에 오르는 일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 8시면 고향친구 예닐곱이 모여 부인들과 함께 서울근교 청계산 산행을 시작한다. 2시간여 땀흘려 꼭대기에 서면 친구의 어머님이 천리길 진주에서 손수 만들어 매주 빠뜨리지 않고 보내 주시는 시루떡으로 허기를 달랜다. 추운 날이면 꼭 술 한 잔이 따른다. 산을 내려온뒤 강남구 대치동의 손칼국수집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 흐뭇한 마무리가 된다.
『어릴 때부터 예술과 체육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죠. 지금도 틈이 날 때마다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치며 주말에는 테니스를 합니다. 등산은 내가 걸어왔고 또 걸어가야 하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느끼는 성취감과 해방감때문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지난해 12월 보훈처차장에서 승진한 이처장은 4, 5월 두차례 직원들과 함께 청계산을 올랐다. 30대 젊은 사무관들이 이처장을 따라잡지 못해 허덕거렸다는 후문이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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