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두대회 유치에 정치권인사들 관계/“동시개최 무리” 중론속 「권력논리」 얽혀 사안 미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체육계 인사들이 신경 쓸 법한 사안인 것 같지만 다소 이색적인 이 문제가 미국 월드컵대회가 임박해오면서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관심거리로 거론되고 있다.
얘기는 비교적 간단하다. 체육계가 유치하려는 두 대회가 모두 2002년에 치러지기 때문에 『우리 형편에 한해에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둘씩이나 치를 수 있느냐』는 지적에서 논란은 출발한다. 체육계에서조차도 두 대회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여기에다가 아시안게임 유치지역이 「현정권의 뿌리」인 부산이어서 소위 실세 정치인들이 뒷받침하고 있는반면 월드컵유치는 현정부와 아직도 서먹서먹한 관계에 있는 정몽준의원이 축구협회회장으로 앞장서고 있어 호사가들의 관심을 더욱 촉발하고 있다. 「권력의 논리」로 이번 사안을 보려는 시각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는것이다.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은 모두 오래전부터 관련인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축구협회에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월드컵대회유치를 논의해 왔고 부산쪽에서는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부터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두 가지 사안을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대선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정의원이 축구협회회장에 취임하자 한달뒤 출범한 현정부내에서는 월드컵 얘기를 꺼내지않는게 불문율처럼 됐다는 것이다. 부산출신 의원들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지난해 7월에는 부산에서 아시안게임유치준비위가 결성되었고 유치작업은 부쩍 힘을 더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10월 들어서 카타르월드컵 예선에서 우리나라가 극적으로 티켓을 따내자 김대통령도 월드컵유치지원을 지시하는등 월드컵쪽도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월드컵유치위원회(위원장 이홍구)가 발족했고 5월에는 정의원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에 선출되면서 지금은 월드컵쪽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체육행사에 우리가 왜 개입하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양쪽 추진세력간에 은밀한 경쟁의식이 내재돼 있는것은 틀림없다. 『빛도 안나는 아시안게임을 16년만에 또 유치할 필요가 있나』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야 하는 월드컵유치는 경제적으로 큰 낭비』라는 식의 뒷말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부에서도 「교통정리」를 못하고 두 대회유치를 모두 승인, 어느 한쪽에도 힘을 몰아주지 못하고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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