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조달러… 1인소득은 2만5천불/남북이질성·후유증 대비 소홀땐 「장밋빛꿈」 그칠수도 2020년의 통일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남북한이 통일의 대위업을 이룬다는 것을 전제로 2020년 통일한국의 경제력을 전문연구기관들의 보고서를 토대로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보고 독일통일의 경험에 비추어 통일에 따른 문제점들을 짚어 본다. 또 재계가 마련한 청사진을 중심으로 앞으로 남북교역과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 경제통합을 이룰 것인지 전망해 본다.【편집자주】
인구 8천2백55만명(세계 20위) 면적 21만9천5백㎢(세계 86위) 국민총생산 1조2천억∼2조달러(세계 10위권). 유엔통계연감과 21세기위원회보고서 산업연구원(KIET)등이 추정한 2020년께 통일한국의 경제력이다.
통계청이 유엔 통계연감을 토대로 자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오는 2020년 남한인구는 5천57만명, 북한이 3천1백97만명으로 통일한국의 총인구는 8천2백55만명에 이르러 세계 20위를 기록할 것으로 추계됐다. 같은 시기에 통일독일은 이보다 약간 많은 8천4백27만명으로 19위, 미얀마가 7천1백34만명으로 21위를 지할 전망이다. 90년 현재 남한은 24위, 북한은 40위의 인구규모를 보이면서 남북한 합쳐 세계 14위에 머물고 있으나 인구증가율등을 감안할 때 인구규모에서는 26년후 지금보다 순위가 처진다는 얘기다.
2020년 통일한국의 인구에 관해 21세기위원회는 8천3백11만명(92년보고서), KIET는 8천1백30만명으로 각각 추정해 대충 8천2백만명선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이 경우 통일한국의 인구밀도는 1㎢당 3백70명안팎으로 91년 네덜란드의 3백69명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93년 추계로는 남한의 인구밀도가 4백40명, 북한은 1백79명이었다.
국토면적은 남한이 9만9천16㎢, 북한은 12만5백38㎢로 남북한 합쳐 21만9천5백54㎢에 이르는 것으로 유엔 통계연감에 기록돼 있다. 통일이 되면 현재 남한면적보다 1.2배가량 국토가 더 넓어진다. 국가별 면적순위로는 남한이 세계 1백11위, 북한이 1백2위로 각각 집계돼 통일한국은 세계 86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통일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이 어느 정도에 달할지는 인구나 국토면적에 비해 훨씬 가변적이다. 우선 통일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독일통합 과정에서 구동독의 경제력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돼 동서독 화폐교환비율을 1대1로 결정한 결과 경제통합 추진과정에서 큰 부담이 됐다.
이런 불확실 요인을 감안해 산업연구원(KIET)은 2020년 통일한국의 GNP가 2조2백16억달러, 또는 1조2천2백84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낙관적으로 보면 통일한국은 2020년 GNP 2조달러가 넘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지만 통일후유증등 부작용이 생겨 비관적일 경우 GNP는 1조2천억달러 정도에 머물것이라는 분석이다. KIET의 추정은 남북한의 통일과정이 현재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공식 통일론인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틀에 맞춰져 있다. 2020년 GNP는 세계 10위권인 2조2백16억달러(90년 불변가격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천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상으로는 96년부터 북한의 개방이 본격 추진되나 체제전환에 따른 혼란때문에 남한으로부터의 경협교류가 경제회복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2000년까지 연평균 마이너스 3%성장의 침체를 거듭한다. 이에 따라 체제전환의 준비를 못한채 남한이 북한경제를 흡수통합하게 되면서 충격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돼 2020년까지 남한은 연평균 2.5%, 북한은 6%정도의 저성장에 그친다. 이 경우 2020년 통일한국의 GNP는 1조2천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1만5천달러수준에 머문다.
이같은 낙관과 비관, 두가지 시나리오가운데 어느 쪽이 더 현실과 가까울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국내의 북한문제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KIET의 최신림책임연구원은 『통일독일의 경우 초기 2년간 후유증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엔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점차 우세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추계한 최근 북한의 GNP성장률을 보면 80년대후반까지 연평균 2∼3%를 유지하다 90년부터 마이너스성장을 시작, 90년 3.7%, 91년 5.2%, 92년 7.6%로 경제위축이 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광요 전싱가포르총리는 이코노미스트지 기고에서 『통일된 남북한이 2025년 중진국(MEDIUM-SIZED POWER)이 되려면 2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통합과 관련해 21세기위원회보고서가 맺은 결론은 음미할만 하다. 『한국의 경제발전정도와 사회성숙도는 서독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또 남북한간의 이질화정도도 독일보다 심하다. 통일이 몰고 올 충격과 후유증이 훨씬 클 전망이므로 이에 대한 사전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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