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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저축(장명수칼럼: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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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저축(장명수칼럼:1685)

입력
199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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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노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것은 돈을 저축하는것인데, 돈뿐 아니라 애정도 저축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재미있는 편지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김상수씨가 보낸 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도 이혼이 늘어가고, 특히 노년이혼이 증가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다. 남자의 입장에서 내가 만일 집사람으로부터 초로에 버림받았다고 가정할 때, 그것은 너무나 큰 시련일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남성위주의 사회통념과 가부장적 인습속에서 남자들이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가족 위에 군림하고, 특권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주먹을 휘두르지 않더라도 그것이 아내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질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많은 아내들이 가정의 평화와 아이들을 위해 입술을 깨물고 참는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처럼 여자들이 비교적 쉽게 이혼을 결심할 수 있는 풍토도 아니니 한국 여자들이 한평생 참다가 노년에라도 마음편하게 살아 보겠다고 나서는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남자들편에서도 할 말은 있다.

 지금 50대, 60대의 한국 남성들은 일제시대, 해방, 6·25전쟁등의 격변을 겪으며 고달프게 살아왔다. 전쟁터에 나가 총을 들고 싸우기도 했고, 가난속에 처자를 벌어먹이느라고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땀흘려 일했다. 참으로 가시밭길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한국 남자들은 또 자기 아내를 철석같이 믿는것이 특징인데, 노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최후의 안식처인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가 이혼을 제기한다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아내는 오래 계획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온 일이지만, 남편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일것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나는 한국 남자들에게 두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요즘 국제화, 선진화를 외치고 있는데 남편노릇도 국제화해야 한다는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남자들이 어떻게 남편노릇을 하며, 여자들을 존중하는지 눈을 돌려야 한다. 유대인들의 경전인 「탈무드」에는 『아내에게 왕비대접을 하면 당신은 아내로부터 왕대접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두번째 제안은 노년을 위해 돈뿐아니라 애정을 저축하라는 것이다. 아내와 사랑의 탑을 함께 공들여서 쌓아야 한다. 애정저축을 하지 않고 돈만 저축해봤자 노년에 아내에게 위자료로 뺏기고 홀아비로 남으면 무엇하겠는가. 『과부 3년에 깨가 서말, 홀아비 3년에 이가 서말』이라는 우리 속담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년이혼의 증가에 대해서는 미국에 오래 살았던 남자들의 조언이 많았다. 한국 남편들의 행태에 고칠 점이 있다는 남자들끼리의 지적은 매우 흥미롭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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