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방 신뢰… 추이 지켜봐야”/일부에선 「안보불감증」 우려도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일부 외국인들이 한국방문을 꺼리고 있는데도 우리 국민은 별다른 동요가 없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 전쟁위기론이 제기되고 국방당국자가 방어계획을 공언하는 분위기에도 주가변동, 사재기같은 현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직장이나 다방 술집등에서도 마치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도되는 남북한간의 긴장이 화제거리로 등장하지만 크게 불안해하는 사람은 없는 것같다.
최근 북핵문제와 관련한 경찰의 주민 동향파악에서도 사재기등은 물론, 불안심리등 이렇다할 동요분위기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일부에서는 안보불감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않으나 「협상을 끝까지 지켜봐야지 벌써부터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서울증권 본점 조사부 김남구과장(36)은 『전쟁과 관련한 루머는 거의 없다.상황이 긴박한 것으로 보도됐던 지난 주말부터 이틀동안 주가가 잠시 떨어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증권거래소 시장부 김준헌대리(32)는 『증권시장에 북한핵문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문제를 1년이상 엎치락 뒤치락하며 끌어와 긴장이 다소 완화된데다 북한의 경제력만으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 것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2∼3개월 전 위기국면이라는 보도를 보고 특정주식을 매각했다가 손해를 본적이 있어 지금은 거의 동요가 없다』고 전했다.
재래시장의 동향과 상인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32년째 쌀가게를 하고 있는 삼성상회 주인 원선희씨(67·여)는 『10년 전만해도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면 쌀을 한번에 1∼2가마씩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달라졌다.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떠드는 보도도 있으나 먹을 것이 많아져서인지 사람들이 둔감해서인지 보통때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들도 담담하다. 한국통신 노희창부장(42)은 『휴식시간에 동료들과 전쟁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농담수준이다. 이는 지난 군사정권시절의 허황된 반공논리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껴온 것도 한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교수는 『현재의 편안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현대인의 심리와 우리의 국방력과 우방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최장집교수도 『시민들의 의연한 태도는 매우 정상적이고 바람직스럽다』며 『정부의 강경자세와 일부의 지나친 흥분은 북측의 유연함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김삼우·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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