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은 북핵문제등 정치적인 우여곡절 속에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교역을 포함한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지난 88년 「7·7선언」 이후 규모면에서는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보인 반면 내용면에서는 교역품목이 편중되고 거래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간헐적으로 지속되는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남북경제교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간접교역이 대부분인 물자교역과 원자재를 북한에 보내 완제품을 들여 오는 위탁가공무역이 그것이다. 물론 간간이 직교역이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5년간 성사된 건수가 10건 정도에 불과할 만큼 아직은 지지부진하다.
직접투자는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총수의 방북을 비롯해 잇달아 투자단을 보냈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구체적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남북교역 규모는 89년과 90년 두해동안 고작 1천만달러대에 머물렀으나 91년 1억달러를 돌파한뒤 지난해에는 1억9천만달러를 기록, 5년동안 총 5억3백여만달러에 이르렀다. 이 기간에 현대 삼성 럭키금성 대우등 주요 그룹의 종합상사와 중소기업등 모두 2백74개 업체(93년 8월말 현재)가 남북교역대열에 뛰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교역품목은 반입의 경우 농수산물 금속광산물등 1차산품이 주종이고 반출은 임가공 원자재와 섬유 화학제품이 대부분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북한에서 반입된 1백35개 품목 가운데 아연괴 금괴 시멘트등 상위 5개 품목의 비중이 전체의 75%에 이를 정도로 몇몇 소수 품목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접 물자교역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해외중개상을 사이에 둔 순수한 간접교역 방식, 해외에서 북한측과 직접 협의하되 계약서명과 대금결제는 해외중개상을 이용하는 방식, 북한측과 직접계약을 체결한뒤 물물교환이나 제3국 은행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는 준직교역 방식등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간접교역도 여러가지 이유로 난항을 겪거나 좌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초 북한은 올 4월 15일 김일성주석의 82회 생일에 쓸 학생복 원사(폴리에스테르단 섬유) 1만5천톤을 중국과 싱가포르의 중개상등을 통해 남한의 종합상사와 섬유업체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4·15 물자조달」로 통한 이 간접교역은 대다수 남한기업이 북한의 대금지불능력을 확신하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측 사정으로 교역이 갑자기 무산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주) 진로인터내셔널이 추진하던 농심라면의 대북반출은 북한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주)진로인터내셔널은 홍콩 중개상을 통해 농심라면 6천상자(8만3천달러 어치)의 대북반출을 추진, 통일원으로부터 반출승인까지 받았으나 이 사실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자 북한측이 돌연 거래중지를 통보했다.
남북교역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조짐도 물론 있다. 남북교역이 시작된 초기엔 50% 내외에 머물렀던 거래성사율(통일원에 반출입 승인신청을 낸뒤 실제로 통관까지 이루어진 비율)이 최근 70% 수준까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대북반출은 총 52개품목 1백60여건에 그쳐 품목당 평균 3회 정도 거래되다 중단됐다.
남북 직교역은 91년 천지무역의 쌀 물물교환이후 몇 차례 성사되기도 했으나 지난 5년간 통일원에 승인신청한 32건 가운데 거래가 성사된 것은 10건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에 새 흐름으로 떠오른 위탁가공무역은 91년 2건(3만3천달러), 92년 8건(55만6천달러), 93년 44건(4백38만5천달러)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무역전문가들은 대북 위탁가공이 품질보장이나 수송·하역상 어려움이 많지만 현재 여건에서 남북 양측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지는 거의 유일한 분야여서 앞으로 남북경제교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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