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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소설같은 삶 회고/김규동·이문구 산문집 나란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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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의 소설같은 삶 회고/김규동·이문구 산문집 나란히 출간

입력
199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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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파 박인환·김지하 노래·황석영 재담 등/작가의 사랑·정열·고독이 점철 시인 김규동씨(69)와 소설가 이문구씨(53)가 함께 글을 써온 사람들과의 애증을 회고한 산문을 최근 동시에 펴냈다. 김규동씨의 「시인의 빈 손」(소담출판사간)은 작가의 스승인 김기림, 50년대 모더니즘 운동을 함께 했던 박인환 김수영등에 대한 추억이며, 이문구씨의 「글밭을 일구는 사람들」(열린세상간)은 고은 김주영 황석영등 현존 문인과 손소희 이문희등 작고문인들에 대한 반추이다.

 이 두 권의 회고는 읽는이에게 문인이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의 삶이 어떤 유인가를 실감케 해준다. 술과 자기잘남과 여자밝힘과 추레한 모습 이면에 숨어 있는 작가의 아름다운 마음과 문장, 그리고 처절한 고독이 점철돼 있다.

 김규동씨의 「시인의 빈손」에 의하면 김기림은 영문학 전공이었으나 영어뿐만 아니라 미적분까지 가르치는 존경할 만한 스승이었다. 톰슨의 「과학개론」을 직접 번역할 정도로 자연과학에 관심을 보이는 엘리트였다. 그러면서도 수학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에게 대놓고 면박을 주는 일은 절대로 없는 마음이 넓은 선생이었다. 김수영은 온통 세상을 의심하는 눈빛이면서도 원고료를 받았다는 흔적을 내보이는 일이 거의 없는 새침한 사람이었다. 반면에 박인환은 무슨 일에나 호기심을 품고 덤비는 열정파로 돈이 생기면 싱글벙글 좋아하는 형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전부터 물주를 찾아 문인악극단을 만들어 공연하면 돈푼이나 만져볼 수 있으리라고 아쉬워해온 바 있다. 김지하의 흘러간 노래, 김승옥의 항구를 주제로 한 유행가 수십 곡, 송영의 휘파람과 샹송, 그리고 황석영의 만담 재담 패담을 곁들이면 그 이상 가는 쇼단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지하 김승옥 염무웅 송영의 노래도 프로급이지만 황씨의 코미디 또한 구봉서 배삼룡이 줄행랑을 놓게 될 정도인 것이다』 (이문구씨의 「글밭을 일구는 사람들」중에서)

 오늘날 대부분의 작가가 놀고 먹는데 능숙하지만 문학에 대한 엄청난 집념을 보이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다. 김주영은 등단 직후 몇차례나 문예지로부터 원고를 돌려받는 일을 당했으나 끝까지 작품을 썼으며, 조향 박인환 등이 조직한 「후반기」는 김동리 조연현이 장악한 기성 문단에 격렬하게 도전하기도 했다.

 불교 승려에서 환속해 세속의 시인이 되고 독자와 사귀다 결혼한 고은, 문인으로서는 드물게 여색을 멀리한 박상륭에 대한 회고가 「글 밭을 일구는 사람들」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이 두권의 책을 보면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고 그들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치기로 얼룩진 삶이 소설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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