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초 경제통합거쳐 단일정부 가능성/“상황급변 5년내 실현”예상도/“단일국가 탄생엔 20∼30년소요·사실상 불가능” 판단도 통일은 언제, 어떤 형태로 이뤄질까. 통일문제의 초점은 이 두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한국일보는 국내외 전문가 20명에게 이 두가지 질문을 보내고 이에 대한 답변을 정리, 답변내용의 빈도수를 기준으로 통일의 시기와 형태를 집중분석해 봤다. 전문가의 과학적 예측을 빈도수별로 정리·분석한 것은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최초의 방법이다.
통일은 언제쯤 이뤄질까. 국내외 석학 20명의 분석예측을 토대로 한 빈도수 가중치로 볼때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다. 적어도 「5년 이상의 미래」로 보는 견해가 다수였다. 5년 이상의 미래는 21세기 초입의 시기. 21세기의 문턱을 넘어설 때 비로소 한반도의 통일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통일 시기를 향후 10∼20년 안팎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20명중 12명이었다. 예측기준별로는 10년 이내 3명,15년 이내 3명, 20년 이내 2명,20년 이상 3명이다. 이들 전문가들중 일부는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변수들로 인해 통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우교수는 남북한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는 실질적 통일을 2000∼2005년으로 잡고 제도적 단일정부가 완성되는 정치통일을 2010년께로 잡았다. 최평길교수는 96∼97년에 김일성의 자연사가 예상되고 그 이후 김정일의 과도체제도 군부정변, 경제악화 등으로 2∼3년 안에 무너지면서 2000년을 전후해 통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영록교수는 통일은 경제교류로부터 시작,남북한이 각 분야에서 거미줄처럼 얽히는 상태에 이르러야 이뤄질 수 있으며 여기에는 15∼20년이 걸린다고 보았다. 길정우교수는 김일성의 사망이나 실질적인 권한수행 불가능에 따라 북한체제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0∼20년 내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모스콥스키 노보스티지 부주필은 김일성 사망이 북한 변화의 첫 단계로 통일시점을 단축시킬 것이라며 2005∼2010년께를 통일시점으로 보았다.
「10년 이내」라고 답한 차영구소장은 북한의 급격하고도 본질적인 체제변화는 김일성 사후에나 가능하다는 전제를 먼저 내세웠다. 그에게 정치기능을 수행 못할 정도의 노쇠현상이 오려면 3∼4년은 걸리고 김정일체제는 3년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김일성이 죽거나 실질적인 권한행사가 어려울 정도의 노쇠현상을 보이는 것이 북한체제 변화의 시발점이라는 데 거의 의견을 같이 했다.
안청시교수는 김일성의 사망 전에 북한의 외교기조나 개방노선 등이 어떻게 결정되느냐가 관건으로 평화적 토대가 구축된 경우라면 물리적 통일은 오히려 늦춰지고 점진적 단계적 통일은 20∼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롱출교수도 10년안에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만 제도적 통합에는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흥미있는 대목은 전문가 5명이 『통일은 5년내에 이루어진다』고 예측했다는 점이다. 통일을 5년이내의 빠른 시기로 예측하는 근거는 김일성의 사망을 통일의 핵심적 변수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예측의 빈도는 국내보다 외국 전문가들 사이에 특히 많았다. 5명중 4명이 미·일·영의 전문가이다.
통일이 5년 이내에 이뤄질것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대개 김일성이 나이나 건강상태로 보아 곧 사망하며 그에 따라 북한체제의 붕괴가 매우 급격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최상롱교수는 북한체제의 붕괴 또는 내부정변으로 인한 통일 가능시기를 5년이내로 예측했다. 아이단 포스터카터영리즈대교수도 북한체제가 2000년까지 유지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98년을 통일 시점으로 내다봤다. 리처드 피셔미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장은 김일성이 5년 이상 생존하기 힘들며 그가 없는 북한은 존속할 수 없기 때문에 5년 안에 통일이 된다고 내다봤다.
오코노기 마사오일게이오대교수는 핵문제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가해지고 김일성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북한체제는 2∼3년 안에 붕괴되고 따라서 5∼6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시오카 쓰토무일현대코리아지편집장은 김일성 사후 1년 이내에 북한체제는 통제불능의 대혼란과 무정부 상태가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그는 통일의 시점을 96년이라고 내다봤다.
안청시교수는 북한체제의 붕괴로 인한 통일(독일식)일 경우 5∼10년 또는 짧으면 5년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앤드루 네이단미컬럼비아 대교수도 통일시점은 2014년께로 잡으면서도 김일성이 사망할 경우 그의 사후 2년 이내에 북한체제가 붕괴돼 통일과정이 곧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정식 교수는 제도적인 단일국가로서의 통일은 20∼30년 내에는 달성되지 않는 요원한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독특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체제가 김일성 사후에도 상당기간 존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앨런 롬버그 미국무부 국가안보위원도 남북한이 체계적 통치기구를 갖춘 단일국가로 탄생하려면 20∼3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수아 좌이요 불소르본대교수는 통일의 결정적 요인의 하나로 중국의 영향력을 꼽고 김일성이 사망해도 중국이 북한을 계속 지원하고 완충국가로서의 이해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체제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의 통일예측은 쉽지 않다. 통일예측의 분석토대가 수많은 변수들에 의해 예민하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 20명의 통일예측에 관한 분석을 토대로 이같은 사실이 다시한번 재확인된 셈이다.【이광일기자】
□국내 전문가 10인 전망
◇구영녹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교역과 교류등으로 시작, 남북한이 각분야에서 공존공영하는 2010년께 통일이 가능하다. 남북연합이든 연방이든, 불완전한 부분통일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길정우 (민족통일연구원 정책연구실장)
10∼20년후 2010년께가 통일 시점.
김일성 사망이 직접적인 체제붕괴를 가져오지 않으나 10년 소요후 붕괴. 명분상 합의통일 추구하더라도 남한우위에 바탕한 통일 필연적.
◇신동원 (전독일대사)
21세기중 통일. 국제정세변화, 북한변화, 남한 능력구비등 3가지 상황이 오기전에 흡수·합의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굳이 꼽자면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높음.
◇안청시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북한붕괴로인한 통일은 5년이내, 점진적·단계적 통일은 20∼30년후. 김일성사망후 군부가 집권, 물리적 흡수통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협상을 통한 단계적 통일도 가능하다.
◇이상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1세기위원장)
경제권통합등 실질적 통일은 2000∼2005년, 정치통일은 2010년께. 정변발생후 북한정권의 민주화로 통일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민주화가 실질적 통일의 전단계가 된다.
◇이정식 (미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5∼10년내 남북고위급 회담 또는 평화위원회등이 상설화될 수는 있으나 정치통합은 요원. 김일성 사후 김정일체제는 장기간 존속되므로 합의에 의한 통일만이 가능하다.
◇차영구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센터 소장)
10년이내 통일. 김정일체제 출범과 남측 차기정부 탄생이 맞물려 새출발될 수 있으나 김정권은 3년을 넘기지 못함. 충분한 적응기간을 가진 통일이 바람직하나 북한정권 유지 의문.
◇최상농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경제의 회생불능상태, 김일성사망후 정치적 혼돈, 주민들의 기아투쟁이 일어날 때 5년이내 통일 가능. 그러나 대미관계개선후 서방자본이 유입되더라도 협상에 의한 통일 비관적.
◇최평길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96∼97년 김일성자연사, 김정일체제도 2∼3년내에 무너지고 2000년을 전후해 통일. 김정일체제붕괴후 지성계급등 재야에서 새로운 지도자 부상. 자연발생적 흡수통일 가능성.
◇하농출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10년이내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온다. 북한체제내에서 하부로부터 붕괴보다는 권력내부 분열후 개혁에 의한 통일의 가능성이 더 크다. 수동적·상황적인 흡수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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