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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과 언론/박명진(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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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력과 언론/박명진(한국논단)

입력
199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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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로 한국일보는 창간 40주년을 맞았다. 6·25전쟁이 끝난 직후 잿더미에서 새 나라를 일으켜 가야 했던 시기에 탄생한 언론으로서 한국일보는 우리사회의 발달·변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중에는 같은 시기를 겪어온 다른 언론사들과 공유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국일보만의 것으로 기억되는 것도 많다. 60∼70년대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있어서 한국일보는 대중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 준 신문으로 특히 기억된다. 특히 그 시대에 한국일보가 시작했던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접합을 위한 노력은 아주 참신하고 인상적인 것이었다. 두 문화가 혼합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에 되돌아보면 한국일보가 당시 가졌던 문화적 전망이 퍽 진취적이었고 앞서가는 것이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여성독자들에게 있어서는 한국일보사는 여성문제에 있어서 진보적인 언론사로서 인식되어 있다. 단순히 여성문제를 관심있게 다루어 주었다는 점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특별히 보수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많은 남성들로 하여금 적대감이나 반감없이 한국여성현실의 모순들을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해낸 공적이 더욱 그러한 인식을 갖게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공적은 장명수씨등 다수의 훌륭한 여성언론인들을 한국일보가 키웠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신문·방송등 언론사들은 전반적으로 여성인력에 별로 개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것은 특히 신입사원모집에서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데서 비롯된다. 요즘의 중앙일간지들은 20여명에서 30여명 뽑는 편집국 사원모집에서 여성을 1년에 한두명 뽑거나 어떤 때는 아예 외면해버리기도 한다. 방송사의 경우 외형숫자는 신문사보다 많지만 아나운서직을 제외하면 여기자나 프로듀서는 수십명중 한두명 될까말까한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고약한 소문이 돌기도 한다. 어떤 언론사에서는 필답시험인 1차시험결과 상위권에 여자들이 많이 들게 되면 성적순으로 공정하게 처리하기보다 그중의 일부만 합격자로 발표하여 면접에 부르고 나머지는 아예 탈락시켜 면접시험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1차시험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여성지원자의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서 고민이라는 것이다. 설사 사실이라 해도 극히 일부 언론사에 한정된 것이리라.

 문제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소문이 생겨나고 있는 이유이다. 언론사들이 여성 지원자들에 대해 폐쇄적이 아니었다면 그같은 소문이 생겨날리 만무하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현저하게 뒤져 있다는 일본만 해도 사정은 우리보다 훨씬 좋다. 1993년 일본 언론사들의 대졸 신입사원통계를 보면 평균 3분의 1이 여성인력이다. 일류 언론사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사히(조일)신문의 남녀 숫자대비는 1백34대43이며 산케이(산경)신문은 38대15, 마이니치(매일)신문은 45대11이다. 방송의 경우 NHK가 3백26대84, 도쿄TV가 21대11, 후지TV가 41대21 등이다. 신입사원의 25%에서 50%가 여성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관계자들의 설명에 의하면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도 있지만 여성언론인들의 취재활동에 유리한 영역이 점점 늘어나는데서 생기는 실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한다.

 실상 오늘날 남자기자가 할 수 있는 일중에 여자기자가 특별히 하기 힘든 일은 없다. 경찰서에서 밤 새우는 일, 해외에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일에서 전쟁터에서 리포팅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여기자들은 훌륭히 해내고 있다. 이라크의 전쟁터를 비추는 TV화면에서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우람하고 뚝심좋아 보이는 남자기자가 아닌 가냘픈 목소리의 여기자가 아니었던가.

 남녀간 불평등문제의 해소는 언론의 선도적 역할이 없이 이루어내기 어렵다. 그런데 언론의 선도적 역할은 언론 자신의 탈바꿈 없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된다. 언론 자신이 여성인력을 키우는데 소극적이면서 다른 분야에 무엇을 촉구할 수 있겠는가?

 한국일보 창간40주년을 맞아 나는 여성언론인들을 키우는데 한국일보가 보다 더 적극적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남녀가 정당하고 공평한 관계를 유지하며 복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한국일보의 노력과 성과는 특별히 남달랐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러한 소망을 가져보는 것이다.<서울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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