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중 태도 주요 변수/“급격변화 없다” 회의적 시각도… 정부 확고한 정책 필요 어떤 형태로 통일이 될 것인가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식을 종합한 결과는 통일문제가 갖는 명분과 현실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어떤 형태의 통일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이 공존상태를 지속하는 가운데 점진적 단계적 통일방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통일의 형태에 관한 전문가 분석중 가장 높은 빈도수를 나타낸 것은 남한에 의한 이른바 「흡수통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20명의 전문가중 절반이 넘는 13명(국내7, 국외6)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예측하고 있다. 이는 통일문제를 당위론이 아닌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점진통합과 거리
흡수통일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다시 주민봉기등 밑으로부터의 체제붕괴를 점치는 측과 권력핵심부의 정변등 상층부에서의 와해를 가정하는 측으로 나뉘었다. 내부정변후 체제의 자연소멸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국내외 8명으로 결국 가장 빈도가 높은 통일의 형태로 꼽혔다.
이에 비해 극단적인 무정부상태, 밑으로부터의 붕괴를 단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전문가는 5명인데 이중 해외전문가가 4명으로 미국, 일본등지에서 이같은 관측이 많다는 점은 유의해볼 대목이다.
『주민 불만폭발로 2000년까지 북한이 존재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영국 아이단 포스터카터 리즈대교수) 『김일성 사후 1년이내에 통제불능의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니시오카 현대코리아 편집장)등이 이들이 묘사한 북한체제의 붕괴과정이다. 흡수통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게이오대 오코노기 교수는 북한이 국가 정권 체제가 3위일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중 어느 것이라도 붕괴되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연쇄와해 가능성
북한내부의 체제변화를 통해 흡수통일이 될 것으로 보는 8명중 국내전문가는 6명으로 대다수다. 이상우교수는 통일은 「북한의 민주화」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북한에서 정변이 일어나고 그로부터 정치체제가 민주화의 길을 걸을 때 비로소 통일의 가능성이 나타난다고 전망했다.
『북한에 남한과 공존하는 정권이 들어선뒤 북한체제가 자연히 몰락한다』(피셔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장)는 분석처럼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체개혁에 성공할 경우에도 흡수통일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상롱교수는 『북한이 대미관계정상화등에 성공하더라도 10년이내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전문가 4명은 모두 북한체제의 생명력이 김일성사후에도 상당기간 존속될 것이라는데서 근거를 찾고 있다. 따라서 흡수통일에 대한 섣부른 우려나 기대는 통일을 도리어 방해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섣부른기대 금물
이정식교수는 이 가운데 가장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 경제난이 계속되더라도 정치체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특히 한국정부가 공존할 것이냐, 흡수통일을 추구할 것이냐에 대해 명백한 태도결정이 없으면 교류와 화해를 추진하더라도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동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사회주의가 아직 종식을 고하지 않았다』면서 『50년 가까이 뿌리내린 북한체제는 김일성 사망후에도 급격한 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전문가들은 김일성사망과 중국의 태도등 두가지를 북한체제 존속여부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김일성의 사망이 통일을 촉진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20명중 14명이다.
프랑수아 좌이요교수는 중국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꼽으면서 한반도 통일을 베트남통일에 비유했다. 좌이요교수는 『분단국가에서는 보호국과의 관계가 항상 결정적』이라며 『미국이 베트남을 포기했을때 베트남이 통일이 됐고 독일에서도 소련이 더이상 동독을 유지할 힘을 잃었을때 장벽이 무너졌다』고 예를 들었다.
○우방관계 결정적
하롱출교수는 『김일성사망이 통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내 강·온세력, 보수·개혁간의 갈등은 그의 사후 비로소 증폭될 것이기 때문에 그의 생존중 노선전환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체제존속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문제 접근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중요한 요소는 북한체제의 존속을 도와야 하는지 여부, 돕는다면 어느 정도까지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남한측의 명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영록교수는 『한국의 통일정책에는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다』면서 『북한의 내정이 악화돼 우발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북한의 개방이 유도돼야 하는지, 대북정책과 그 결과에 대한 명백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교수는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비관하면서도 『남한측의 모호한 태도를 결국 북한측은 흡수통일의 의지로 받아들이고 따라서 최소한도의 교류마저 꺼리게 되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유승우기자】
□외국 전문가 10인 전망
◇아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 사회학과 교수)
통일 5∼10년 사이에, 그 이전에라도 언제든 가능.
2000년까지 북한이 존재하기는 어렵다. 북한체제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이 불가피.
◇앨런 롬버그 (미행정부 부설 평화연구소 연구실장겸 국무부 국가안보위 원회(NSC) 스태프)
상징적 의미에서는 5년 안에. 북한이 경제난을 해소 못하고 한반도의 안정을 가져오지 못할 경우 흡수통일은 가능.
◇알렉산드르 보론초프 (러시아 동방연구소 선임연구원)
단계적 방법으로 2000∼2015년께.
김일성 사후에도 급격한 체제변화는 없으며 통일도 갑작스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시사주간 모스콥스키 노보스티지 부주필)
통일 2005∼2010년께. 김일성 사망은 북한 변화의 첫 단계.
통일은 합의 또는 북한체제의 붕괴에 의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앤드류 네이단 (미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김일성은 10년 안팎 더 생존할 것으로 본다. 통일과정은 김의 사망으로 북한체제가 붕괴하고 이를 흡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통일은 2014년 이전.
◇프랑수아 좌이요 (프랑스 소르본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10년 이내. 단계적 통일은 불가능. 통일은 정복(베트남)이거나 위기상황(독일)을 통해서만 이뤄졌다. 협상에 의한 통일은 불가능하다.
◇고트프리트 칼 킨더만 (독일 뮌헨대 부설국제정치 연구소 소장겸 정치학과 교수)
김일성 사후 쿠데타 등으로 남한과 타협·협상을 추구하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수년내에 연방국가가, 내전이나 무정부 상태면 흡수통일.
◇니시오카 쓰토무 (서강력·일본 현대코리아지 편집장겸 도쿄기독교대 교수)
통일 96년이 유력.
김일성 사망후 무정부상태, 북한주민들 탈출단계를 거쳐 한국의 헌법하에 통치되는 흡수통일 형태가 될 것.
◇오코노기 마사오 (소차목정부·일본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통일은 5∼6년내. 경제제재가 가해지거나 김일성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2∼3년내 북한체제 붕괴. 경제개혁 실패에 따른 체제 붕괴로 흡수통일이 될 것.
◇리처드 피셔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 소장)
통일 5년 내. 김일성 사후 새 정권이 평화지향적 정책을 취하면 협상과 합의에 의한 단계적 통일 가능. 이후 북한체제 혼란에 빠지면 흡수통일밖에 대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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