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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통일과 언론의 역할/현승종 전국무총리/창간40돌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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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통일과 언론의 역할/현승종 전국무총리/창간40돌 특별기고

입력
199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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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일보의 창간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여 마지 않는다. 특히 1960년을 전후하여 3년에 가까운 기간 논설집필의 일역을 담당하였던 나로서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된다. 한국일보는 개인과 사회와 나라와 민족생활의 모든 면에 걸쳐서 언론기관에 부하된 역할을 여지없게 발휘하여 왔다. 그것은 민족통일의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론을 조성하고 대변하여 통일분위기를 확산시키고 통일정책의 수립에 기여하였으며, 정책수행에 비판을 가하여 궤도수정의 길잡이가 되었으며, 통일후의 문제에 대하여도 많은 시사를 던져 주었다.

 나는 통일문제의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민족의 일원으로서의 상식에 입각한 나름대로의 소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나는 현정부가 들어선 후 얼마동안 통일문제에 관하여 적지 않은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이념보다 민족이 앞선다는 낭만적 통일론이 통일문제 주관부서에서 거침없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어서 그 후에도 얼마동안 도대체 통일문제를 배타적으로 집행해야 할 현정부의 통일에 대한 철학이 무엇이며, 통일에 관한 확고한 정책은 서있는 것인지 의심갈 정도로 오락가락 휘청거리는 모습이 나의 눈에는 비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의 통일정책과 그 집행에 중심이 잡힌 듯이 보여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거니와, 이 과정에서 언론이 보여준 역할이 지대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지도층의 체질과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다수 국민 여론의 향방을 올바르게 수렴하여 정부의 행태에 공정한 비판을 가함으로써 궤도수정의 지렛대역할을 한 것이 다름아닌 언론이었다고 하여 잘못이 아닐 것이다.

 통일문제와 직결되는 북한핵의 문제에 관하여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성 싶다. 물론 핵문제의 타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당국으로서는 깊은 복안이 있어 대처해 나가고 있을 것이지만,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좀 심하게 말하면 우리나라나 미국의 북핵문제 대처당사자들이 북의 조롱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협상의 공이 오고 가는 가운데 어느덧 정작 직접의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빠지고 미·북 사이에서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을 가지게 된다.

 또 이홍구통일부총리가 적절히 적시하였듯이 남북간의 비핵화선언이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미 생산했을지도 모를 핵무기의 보유를 허용하려는 기미가 우리 정부에서는 물론 미국측에서도 보여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거니와, 우리의 언론은 이러한 논점에 관하여도 정확한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그것에 대한 적절한 논평을 가함으로써 국민의 통일에 대한 방향을 이끌어 주고 있으며, 또 정부당국자에 대한 경각심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한편 남북의 통일은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지나야 할 것이라는 것이 통념이기는 하지만, 동서독의 통일에서 보듯이 어느날 자고 나니 급작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졌더라는 극적인 실현도 생각에서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북한의 경제적 극한상황하에서는 그것이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든 언론은 그 어느 경우에나 우리가 직면하게 될 현실상황을 상정하여 그것에 당황함이 없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방안을 국민 앞에 제시함으로써 정부에 대하여 합리적 의견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민으로 하여금 의연하게 통일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관하여는 정부당국과 당해 연구기관 그리고 많은 사계의 전문가들이 정책적 또는 학문적 연구를 하고 대책을 수립할 것이지만, 그것을 토대로 하면서 여론을 조성하고 국민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깨우쳐 주는 것은 언론의 몫일 것이다.

 통일후의 대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에 걸쳐 그 어느 한 분야에도 소홀함이 없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무엇보다도 당장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은 경제문제일 것이다. 북한의 체제가 붕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주요인도 북한의 경제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한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한 국민의 각오와 협조를 유도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잘못된 물질적 풍요감에 도취하여 이웃을 생각함이 없이 사치와 낭비에 넋을 잃고 있는 경향이 눈에 뛰는 현실에, 이러한 풍조를 남북통일후의 협력으로 방향전환을 시키기 위한 정신적 운동으로 끌어들이는데 힘을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싶다. 민주주의의 확산과 언어의 혼선 지양, 교육의 조화등등 산적한 여러 문제와 더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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