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읽는다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학생 때 편안하게 쓸 때가 가장 좋았지요. 처음 시집을 낸다는 것이 기분 좋았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읽는다는 생각, 다시 말해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생각이 들 때면 부끄럽기도 합니다』
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의 힘」을 발표하며 등단한 박형준씨(28)가 첫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문학과 지성사간)를 펴냈다.
비애와 쓸쓸함이 주조를 이루는 이 시집에서 그는 벽지, 신문지, 장롱등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들을 통해 찰라적인 시간의 흐름을 꼼꼼히 짚어낸다.
그가 그려내는 사물은 현재의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억이 덧칠해진 복합적인 것이다. 시에서 나타나는 그는 동시상영 극장에 들어가며 그 곳에서 다시 과거의 모습을 추억하고, 현재의 고독을 다시 십는다. 농촌지역인 전북 정읍 태생이지만, 그의 시에서는 전통적인 대지의 서정보다는 오히려 도시인의 고독이 배어난다.
<회벽을 마주보고 있으면, 춘화를 몰래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중삼 때 국어를 가르치던 예쁜 여선생님이 한 문단을 읽을 때마다 여드름이 돋아나는 것 같아 창밖을 내다보면, 가늘게 금간 창유리로 비집고 들어오는 봄향. 아이들이 책상 밑으로 돌려보다 나까지 온 춘화가 생각난다…> (「회벽」 중에서) 회벽을 마주보고 있으면, 춘화를 몰래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는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많이 생각했다. 미세하고 순간적이나마 진실된 것을 찾으려 했다. 좋아했고, 상처받았던 것들의 기억을 시로 표현한다』고 말했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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