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퍼런 법·세 추진에 대체농업 부심/말보로 등 「황금의 잎새」 시들 미국에서 「금연」말뚝을 세우는 직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담배산업이 가파른 사양길을 걷고 있다. 미담배 산업의 본고장인 노스 캐롤라이나주가 대표적인 경우다. 노스 캐롤라이나는 미 최대의 담배경작지로 연간 생산량이 미국내 여타주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뿐만 아니라 러키 스트라이크, 말보로, 카멜 등 담배 제조공장이 자리잡고 있는 「담배왕국」이다. 그런데 이 담배왕국이 최근 미대륙을 강타하고 있는 금연선풍에 질식당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담배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강력한 금연법의 시행에다 니코틴을 마약으로 규정해 흡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등으로 담배산업 전반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클린턴행정부가 국민 개보험실시를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담배 1갑당 75센트의 소비세를 매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담배생산업자들은 거의 탈진된 모습이다.
하지만 노스 캐롤라이나의 담배 경작자들이 홧김에 담배만 피워대고 앉아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의하면 이들은 수년전부터 축산과 양돈등 영농 다각화에 손을 대 20여년후면 사라질 담배경작업을 대체할 산업을 일궈왔다. 과거 노스 캐롤라이나 동부지역의 반이상을 뒤덮던 담배밭에는 오이 고구마 블루베리등 특용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또 언젠가는 문을 닫게 될 연초제조창 자리에 의학연구소와 사무실을 유치하는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는 북부에 이웃한 버지니아주와 함께 17세기초부터 담배경작을 시작한 곳이다. 당시 영국으로부터 건너온 이주민들은 이 곳에서 한해동안만 담배농사를 잘 지어도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유럽에서 담배의 인기가 높아질 때였다. 식량이 모자라 아우성인데도 옥수수를 심을 생각은 하지 않고 노는 땅만 보이면 담배를 심었다고 1617년에 기록된 한 문서는 전한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담배농사는 2차대전 때 절정기를 맞았다. 전장에서의 담배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지방에서 담배농사를 짓던 청년에게는 징집연기 혜택이 주어지기도 했을 정도였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담배경작은 30여년전까지만 해도 수지가 맞았다. 지난 64년도 전체 농가수입 12억달러 가운데 8억달러를 담배경작으로 벌었다. 올해는 전체 예상 농가수입 54억달러중 담배수입의 비율이 20%밖에 안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담배산업의 이같은 몰락은 주재정에도 주름살을 가져오고 있다. 이른바 「황금의 잎새」는 그동안 노스 캐롤라이나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수많은 도로와 교육기관이 담배수입기금으로 건설됐다.
이 곳의 명문대인 듀크대도 「담배왕」 J B 듀크의 쌈짓돈으로 세워진 것이다. 또 노스 캐롤라이나에 있는 1만4천개의 비영리 학·예술단체도 필립 모리스나 R J 레이놀즈와 같은 담배제조회사가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이 지역 담배경작자들은 자신들이 노스 캐롤라이나의 번영에 밑거름을 주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미국을 휩쓰는 금연바람은 이들 담배경작자들의 자부심에도 생채기를 내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주도인 롤리의 금연법은 미국내에서도 가장 혹독하다. 담배농사로 세워진 듀크대에서도 의과대학과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건물이 금연구역이다.
결국 노스 캐롤라이나의 담배경작자들은 4세기간 지역사회의 공헌자로 칭송받아왔으나 이제는 「사람을 죽이는 물건을 만들어 돈을 벌어온 부도덕한 상인」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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