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기량·예술혼 “선사”/기하학적 화면분할 광물의 단면 연상케이종혁/“색채의 환희”… 콜라주로 입체성도 강조신성희/정재규회화사진 결합 실험작품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명의 서양화가가 오랜만에 서울에서 각각 개인전을 갖는다. 도불한지 15년이 넘은 이들은 각자 작업경향은 다르지만 의욕적으로 활동하면서 자기세계를 심화시켜온 40∼50대 작가들이다. 이종혁씨(56)는 9일부터 19일까지 선화랑(734―0458)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서울대 조소과와 파리 국립미술학교 조소과를 나와 드퓨미술학교에서 회화공부를 한 후 주로 회화작업을 하는 그는 한국과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등에서 10여회의 전시회를 가졌다.
화면을 크게 가르고 작은 무늬와 기호로 채운 그의 그림은 기하학적 개념과 추상적 이미지, 음악적 모티프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그의 그림은 식물이나 광물의 단면을 연상시키는 장식성과 신비로움을 거느리고 있다.
평론가 이경성씨는 『그의 그림은 산봉우리를 보는 것 같은 엄숙한 형태지만 그 형태감이 풀어내고 있는 조형의 비법으로 인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고 평하고 있다.
홍익대 재학중에 국전에서 특선을 하면서 일찍 재능을 드러냈던 신성희씨(46)는 도불한 후 「거장과 신인전」 「김환기 재단전」등을 통해 작업적 변모를 보여주었다.
도불하기 전에 단색조였던 그의 그림은 파리에 간 후 붉은 색과 노란 색, 진홍색등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금욕적 분위기에서 삶의 환희로 옮겨간 셈이다. 색채의 환희, 환희의 빛깔을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색칠해진 종이를 뜯어 붙이는 일과 오브제 사용 등으로 입체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14일부터 23일까지 갤러리현대(734―8215)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출품작들은 색칠해진 면을 콜라주함으로써 다시 한번 평면 위에서의 입체적 효과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재규씨(45)는 서울대를 나와 파리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이다. 「파리 비엔날레전」 「살롱 드 몽루즈전」등에 참여해 온 그의 작업은 회화와 사진을 결합시키는 실험적인 작업이다. 서울전(8일까지 박영덕화랑·544―8481)에 출품된 근작들은 거울과 여백을 이용해서 풍경의 이미지를 전혀 다른 것으로 변주한 작품들이다.
그는 『투명한 유리판이 개입된 공간의 표정을 통해서 시지각의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사진을 통한 나의 작업』이라고 말했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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