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경쟁아니라 평등법적용 어려워”/“고발취지 알지만…” 소극자세 고졸 여사원의 취업추천을 의뢰하면서 키 몸무게 용모에 제한을 둔 은행 백화점등 44개 대기업대표들이 남녀고용평등법위반으로 고발된 사건 처리를 놓고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정강자한국여성민우회대표 이효재참교육실천시민모임공동대표등 여성·교육단체대표 33명은 5월25일 유명은행 백화점등 44개 기업이 실업계 여고에 취업추천을 의뢰하면서 「키 1백58㎝이상, 몸무게 60㎏이하, 용모단정」등의 조건을 명시, 노골적인 성차별행위를 저질렀다고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의 고민은 여사원에 대한 신체조건의 제한이 여성차별을 금지한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대상이 되는지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이 법 제6조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 있어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 이를 어길 경우 2백5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이 조항이 여성의 취업기회를 제한하거나 남녀사원을 동시에 모집하면서 여성에게 상대적 차별이나 불이익을 줄 때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89년 서울지역 여학생대표자협의회가 사원모집광고에 「군복무를 필한 자」등 남성만 지원이 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여성의 취업기회를 원천봉쇄한 4개 기업을 고발, 1백만원씩의 벌금을 물게 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고발건과 같이 여성들간의 경쟁을 전제로 한 여사원 채용에서 신체조건을 제한한 것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느냐 하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견해다. 또 문제가 된 행위도 기업들이 여사원 채용에 앞서 학교에 취업추천을 의뢰한 것이어서 법이 정한 「모집 채용」의 전단계에 해당, 「미수」에 그친 셈이어서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고용관행에 문제가 있고 고발취지도 잘 알고 있으나 현행법상 처벌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과 재야법조계는 검찰의 논리를 수긍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자사원을 채용할 때는 키 몸무게등 신체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사례가 없는데 유독 여성사원에게만 신체조건을 제한하는 것은 남성과의 경쟁관계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평등한 기회부여」라는 법조항에 명백히 위반된다는 것이다. 김선수변호사는 『남성을 채용할 때 쓰지 않는 자격제한 조건을 여성에게 적용한다면 명백한 남녀차별』이라며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취지를 감안해 남녀차별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대기업외에도 여사원 모집·채용시 신체조건을 응시자격으로 내세운 수도권 및 지방의 1백여개 기업을 2차 고발할 예정이어서 검찰의 고민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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