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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최규식 정치부차장(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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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최규식 정치부차장(기자의 눈)

입력
199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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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은 7일 러시아 및 우즈베키스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러시아의 극동항구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시찰했다. 김대통령은 직접 대잠함에 승선하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어느 곳인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귀에 익고 인연도 깊은 곳 아닌가. 이곳은 일제시대 우리 독립투사들의 근거지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연해주에 모여살던 동포들은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사실상 유랑의 길을 떠나야 했었다. 2차대전후 이곳은 또 냉전의 전초기지이자 그 상징이었다. 구소련국민에게도 이곳은 금단의 지역이었다. 일반 러시아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이 냉전의 상징이 완전히 개방된 것은 불과 2년전이다. 김대통령이 귀국에 앞서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런 여러가지 의미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옐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우리와 러시아 사이에 가로놓여있던 냉전구조가 완전히 종식됐음을 선언한 김대통령으로서는 이곳 방문을 통해 이를 거듭 확인하려 했을 것이다. 이번 순방길이 구소련지역에 살고있는 우리 동포들의 권익향상과 긍지를 높여주는데도 한 목적이 있었다면 한인촌의 효시인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러시아가 이제 또 이곳을 군항에서 극동지역 경제발전의 교두보로 전환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러경협의 확대를 향한 이정표가 된다는 생각도 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의미들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게 지금의 한반도상황이다. 냉전청산과는 걸맞지않게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냉전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한반도는 또다시 긴장상황을 맞고 있다. 김대통령의 귀국시점에 유엔안보리는 대북제재조치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대화에 의한 해결에 목메어왔지만 이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게 우리 정부이다. 대잠함에 올라 보이지 않는 한반도를 응시하는 김대통령의 표정이 착잡할 수밖에 없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냉전종식을 순방성과로 거두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냉전종식의 상징도시에서 정작 한반도의 긴장을 걱정해야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블라디보스토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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