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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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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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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모군의 끔찍한 패륜 범죄이후 각종 가족대화모임이 인기인 모양이다. 부모·자식간의 당연한 대화나 모임이 충격적 사건이라도 터지고서야 비로소 이처럼 인기를 탈 수 있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기대감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의 도덕성회복은 가정에서부터』 『자녀들 곁으로 한발짝 더 가까이』라는 구호들이 실로 오랜만에 들려오는게 반갑기 그지없는 것이다. ◆본보 사회면 보도에 따르면 그런 모임의 이름도 신세대 감각에 맞게 퍽 다양하다.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한 울타리 가족」 「존경받는 아버지 모임」등의 동아리가 있는가 하면, 「아빠와 함께 하는 열차여행」 「가족요리 한마당」 「좋은 아버지 시상식」 「행복한 가정 사례발표회」 「아버지가 쓰고 그린 그림책전시회」등의 울긋불긋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들이 앞다퉈 기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모임이나 행사들에 대한 사회적 호응이 높아지고 있음은 아무튼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껏 효의 유교적 전통만 막연히 믿고 있다 호된 현실앞에서 어찌할바를 모르게 된 기성세대들의 아픔마저 그런 호응속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돈이 원수』라며 자식들에게 유산 안물려주기 운동도 아울러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처럼 패륜쇼크를 겪고 있는 한편으로 국제적으로는 가정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관이 새삼 높이 평가되고 있는게 퍽 시사적이다. 서구사람들은 아시아의 끈끈한 가족적 전통과 가치관이야말로 눈부신 발전모델과 사회적 안정의 정신적 대들보라며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걸 잃어만 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그래서 그런 반짝 인기모임들도 좋겠지만, 모두의 진지한 성찰이 보다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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