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감독의 월드컵팀이 축구의 신대륙 미국에서 6일 상오(한국시간) 첫번째 평가전을 에콰도르대표팀과 가졌다. 보스턴근교의 고교축구장에서 벌어진 축구경기의 답답한 위성중계를 보면서 우리는 미국축구문화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었다. 미월드컵에 집중되는 지구촌의 축구열기에 비해 정작 개최국 미국인들의 반응은 그저 무덤덤하다는 것이 특파원들의 한결같은 현지보고다. 가장 미국적 스포츠인 아메리칸 풋볼과 프로야구에만 익숙해진 미국인으로선 어쩌면 둥근 공이 오가는 축구경기가 생리에 안맞을는지도 모른다.
동부지역 식민지개척을 위한 인디언들과의 싸움에서 시작하여 땅차지를 위한 서부개척사로, 황금러시로 이어지는 미국사에 걸맞는 스포츠는 역시 줄기찬 공격과 수비가 양분되면서 땅뺏기경쟁형태인 아메리칸 풋볼과 치고달린후 득점하는 야구이다. 산업혁명이후 구대륙 유럽서 완성된 축구문화는 남미·아시아·아프리카로 뻗어나가면서 유독 미국에서만 설땅을 찾지 못했다. 이처럼 한나라 국민이 어떤 구기를 좋아하느냐는 것은 그나라 역사와 정치사회문화의 산물이다.
1930년 시작된 월드컵축구는 줄곧 유럽과 중남미 양대륙만 오가며 벌어지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북미대륙에서 개최된다. 이번 미월드컵개최는 어쩌면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후 17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탄 청교도들의 미대륙상륙에 비견할만큼 세계축구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리콘 밸리의 전자산업을 마지막으로 미국의 서부개척사, 황금러시가 끝을 맺은 경제상황에서 미국인들은 이번 월드컵축구를 통해 축구를 보는 「눈」을 기를 것이고 「재미」를 느낄 것이다. 축구의 신대륙개척사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시작된다.
한국의 미월드컵 참가는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아시아의 축구왕자를 자처하는 한국이 월드컵본선 3회연속진출이라는 영예에도 불구하고 16강진출은 물론,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씻어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축구경기장 외에서 벌어지는 2002년 월드컵유치를 위한 일본과의 장외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더욱 스포츠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마당에 이번 월드컵관계 광고의 절반이상을 일본업체들이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로 한반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때일수록 지구촌에 한국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월드컵축구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스페인 독일과 대전할 월드컵축구가 아니라면 어떤 정치외교력으로도 수억의 유럽인들의 시선을 한국에 집중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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