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 포로와 실종자 문제를 제기하자 전쟁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파월장병들의 하소연 전화가 상당수 걸려왔다. 지금도 처자식이 자신의 참전 사실을 알까봐 두려워하는 파월용사들이 잠 못이루는 밤에 악몽의 고통을 전화통을 붙들고 호소해오고 있다. 베트남전쟁 동안에 발생한 한국군의 포로와 실종자. 그 숫자가 과연 얼마인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포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포로문제 자체에 대해 애써 무관심하려 한다.
동네 꼬마들의 병정놀이에도 포로가 있는 판에 지상군 전투병력을 포함한 30만명 이상이 10년동안 참전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은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다고 강변한다. 나도 포로가 없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지만 포로가 없다는 주장을 누가 믿을까. 나는 이 간단명료한 질문으로부터 베트남 참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것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가의 경제발전과 정치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현대사를 조명함에 있어 빠질 수없는 역사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파월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시작되지 않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가.
문민정부 탄생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자못 심대한 것이었지만 베트남 참전에 관한 것만은 예외이다. 파월에 관련된 중요한 자료들은 관계 당국의 서류함에서 햇빛보기를 거부당하고 있다. 정보를 독점한 관계 당국과 일부의 파월주역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채 방어적인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의 포로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포로발생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종자의 명단을 밝히는데도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애매모호한 숫자 변동의 임기응변만 하고 있는 것이 당국의 입장인 것같다.
미국에서는 미군포로와 실종자의 문제를 종전(종전)과 동시에 제기하여 상당한 정도로 사실을 밝히는 작업에 접근하고 있는데 왜 민족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태껏 이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는가. 산자만 돌아와서 귀국보고의 경례만 하면 개선인가.
전장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후속처리가 무관심의 상태로 제쳐져 있었던 것은 기민이 아닌가. 포로와 실종자 문제 뿐만 아니라 참전용사들의 귀국후 사회적 적응은 어떤 상태에 있는가. 과연 그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국민의 권리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베트남전쟁의 한국군 포로와 실종자 문제에 관해 국민을 설득시킬 수있는 신속하고 시원한 답변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사실 이런 문제의 거론에는 시기의 선책이라는 미묘함도 있다. 나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문민정부의 개혁의지가 도처에서 발휘되고 있고 마침 금년은 파월 30주년이다.
우리 시대에 발생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의연함을 보이는 것이 후세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파월 30주년이 되는 해의 현충일과 보훈의 달에는 우리 모두 인도주의라는 말을 되새겨 보는 일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