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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잃어버린 양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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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잃어버린 양심(사설)

입력
199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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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가 신음하고 있다. 만델라의 남아공에서 인권이 위대한 승리를 거둔지 불과 한달여만에 신문지상에는 세계의 양심을 시험하는 참담한 소식이 잇따른다. 그러나 야만과 광기의 기운이 사회 전체로 번져가면서 순식간에 학살의 잔치가 벌어진 르완다 사태 만큼 충격적인 것은 없다. 자멸의 길을 스스로 선택한 후투족과 투치족을 지켜보면서 세계는 인간의 이성에 다시 한번 회의를 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위선에 놀랐다. 『우리는 이제 야만과 광기에 맞서 싸워야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정녕 실천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 속에 「나」를 포함시키는 행동하는 양심은 지구촌 어디서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변명할 수 없는 일이다.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도 한때는 적의를 모른채 살았던 적이 있다. 기억에서 사라진 식민지 시대 이전의 전통사회가 그러했다. 눈의 모양과 코의 높이로 편을 갈라 다투는 부족갈등은 과거에 치밀한 분할통치로 이 곳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독일과 벨기에의 제국주의 정책 탓이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는 지금 식민통치의 결과를 관전하고만 있다. 심지어 인권을 중시한다는 미국마저 비난 성명이나 내고 있을 따름이다. 다국적 평화유지군에 참여할 것을 결의한 국가는 가난한 아프리카 14개국이고 부국은 파병 경비를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UN사무총장 갈리의 말대로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웃의 곤경에 이렇게 무심한 인간에게 「하늘」은 크게 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프리카 동부 지역의 9개국은 현재 한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신속히 구호식량을 보내지 않으면 해가 가기 전에 2천만명의 주민이 아사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참담한 소식이다. 부족 전쟁을 일삼는 무지한 소말리아와 수단 및 르완다가 여기에 속해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 아사 위기가 실재화하기 이전에 국제원조단을 구성하면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게다가 작금의 르완다는 국제사회가 양심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가 역전되면서 소수 투치족 중심의 민족전선이 키갈리와 기타라마를 함락시킬 태세이고 후투족의 「정부군」은 휴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다국적군을 증파하면 광기와 야만의 기운을 가라앉힐 수 있다.

 아사 위기를 예방하거나 평화를 중재하는 노력에는 당연히 대국과 소국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한국 역시 분담해야 할 고통의 몫이 있고 지출해야 할 경비가 있다. 『남에게 힘을 보탤 만한 대국이 아니라서』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소국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애를 더욱 발휘해야 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국경없이 중앙아시아를 방황하고 있는 한민족의 생존권을 고민하고 위기 국면에 처한 북한 핵의 문제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은 인간의 기본권과 평화의 이상을 지키려는 책임의식을 국제사회에 확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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