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노린 일 업체 OEM물량에 의존/46∼280% “반짝호황”… 엔고 마감땐 타격 일본에 대한 가전제품수출이 기대이상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가전시장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수출신장세가 전자산업의 메카인 일본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전3사에 의하면 지난해 전년대비 80% 가까운 급증세를 보인 TV 냉장고등 가전제품의 대일수출상승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4월말 현재 모두 1억4천만달러의 가전제품을 일본에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천만달러와 비교하면 2백80%의 높은 신장세다. 지난해 92년과 비교해 1백10%를 웃도는 수출실적을 올린 대우전자도 전년동기대비 48% 증가했다. 금성사도 4월말 현재 9천5백만달러를 수출, 46%가 늘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수출급증에 따른 실속은 볼품이 없다. 이번 대일수출급증은 엔고강풍과 오랜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일본가전업체들이 선택한 국제분업화전략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본가전업체들은 원가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제품을 제외한 중저가품 국내 생산공장을 대부분 폐쇄하고 4∼5년전부터 동남아 기지로 생산공장을 대거 이전시켜왔다. 이와함께 우리나라에도 원가절감을 노린 일본가전사들의 중저가품위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93년부터 가전3사가 보여주고 있는 가파른 수출신장세는 결국 전적으로 OEM물량에 의존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비해 자사브랜드제품의 수출물량은 소형TV나 냉장고등 중저가품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했을뿐 일부 품목에서 오히려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고전을 보이고 있다. 한국제품이 전자왕국 일본의 안방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섣부른 기대와는 달리 일본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삼성 금성등이 자사브랜드전략등을 내세워 현지 판매망을 강화하는등 자사브랜드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일본시장을 파고 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OEM 수출물량증가에 따른 실익도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크다. TV나 냉장고등 일반가전제품은 국산화가 90% 이상 이루어져 있지만 캠코더 LDP 등 첨단전자제품들의 국산화율은 50∼60%선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2년에 전년대비 4.7%에 그쳤던 대일전자부품 수입은 93년에 10.2%로 2배이상 증가한데 이어 올해들어 4월말까지 14.2%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갈수록 수입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엔고영향으로 가전제품의 수출이 느는 것과 비례해 대일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결국 엔고로 높게 값이 매겨진 부품을 들여와 제가격을 받고 수출해야 하기때문에 엔고영향으로 수출물량이 늘었다 해도 실제 이익은 기대에 못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업계관계자들은 대일수출물량 급증추세에 대해 오히려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OEM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이번 수출호황이 88년 1차엔고 당시 NIES(신생공업국)붐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마저 느끼고 있다. NIES붐 당시 국내가전업체들은 OEM물량 급증에 편승, 마구잡이로 수출물량을 늘려 반짝호황을 누렸다가 엔고마감으로 한동안 일본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당해야했다. 삼성전자관계자는 『일본의 동남아 해외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일본 품질에서 밀리고 가격면에서는 동남아제품에 밀려 조만간 일본시장에서 한국제품이 발붙일 곳이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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