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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도나후(내가 본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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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도나후(내가 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4.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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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적소리·고성방가… 서울은 소음도시 한국인이 지닌 엄청난 에너지와 활력은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이다. 그들은 언제나 활동적이고 활기에 차있다. 말할 때나 웃을 때, 심지어 다툴때도 그들은 열정적이다.

 본질적으로 한국인들 품성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예의범절과 절제라고 할 수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이런 특성들을 알아차리기가 쉽지않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에 대해 갖는 첫인상은 소란법석을 떠는 사람들이기 십상이다.

 외국인들은 종종 서울이 너무 소란하다고 불평한다. 물론, 세계 어느 도시나 소란한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의 경우에는 교통·건설현장의 소음이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일반적 소음이외의 소음이 분명 존재한다.

 산을 찾는 한국인들중 일부는 대형 스테레오 녹음기를 가지고 와서 산의 고요함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을 방해한다. 과일이나 생선을 실은 트럭들은 주택가, 사무실할 것없이 온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확성기로 「물건 사라」고 외쳐댄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동사무소에서 군가유형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노래 끝무렵쯤엔 주민들에게 「내 집앞을 깨끗이 청소합시다」라는 일장연설이 스피커를 통해 증폭돼 아파트전체를 울리곤 한다.

 서울의 소음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정을 넘어 귀가하는 취객들의 고성방가다. 이들중 몇몇은 취중임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랄만큼 노래를 잘 불러제낀다. 하지만 늦은 밤시간에 잠을 청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할 때 결코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또 이보다 더 심각한 소음은 밤낮을 가리지않고 아무때나 울려대는 경적소리다. 이 경적소리의 주범은 보행자들을 재촉해대는 성미 급한 운전자들이다.

 이 모든 소음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타인을 염두해두는 사람이라면 새벽5시에 이웃의 달콤한 수면을 빼앗아가는 무례한 행동은 하지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만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타인에게 끼칠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나 자신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리들이 있다. 엿장수 가위의 짤랑거리는 소리, 한 겨울밤 찹쌀떡 장수가 내는 노랫가락같은 소리, 한국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한 학생시위때의 북소리등. 하지만 이런 소리들은 결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소음은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주원인으로 소음공해를 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무엇이 소음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사람마다 미인을 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소음을 가리는 귀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인들이 무심결에 일으키는 소음행위가 외국인이나 그밖의 사람들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교수·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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