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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속화첩」 진위 열띤 공방/어제 덕원미술관서 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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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속화첩」 진위 열띤 공방/어제 덕원미술관서 대토론회

입력
199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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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보고 결론… 자기모방 의한 진품”/“삼원법 혼돈 등 미숙한 기법 이해안돼” 일본에서 돌아온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1758년―?)의 「속화첩」(본보 5월25일자 13면 보도)의 진위를 밝히려는 대토론회가 4일 하오2시 이 화첩이 전시되고 있는 덕원미술관(723―7771)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에는 약 3백여명의 청중이 참여해서 「속화첩」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속화첩」이 보도된 후 한국화가 나정태씨가 진품이 아닐 가능성을 한 신문에 밝히면서 진위문제가 관심거리가 됐으나, 이날의 토론회는 결과적으로 진품일 가능성을 크게 굳혀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속화집」을 진품으로 판정했던 미술사학자 허영환교수(성신녀대)는 『내가 건강을 상할 정도로 억울했던 것은 나는 원본을 모두 보고, 만져도 보고 종합해서 결론을 내렸던 것인데, 나씨는 원본을 보지도 않은 채 신문사진만 보고 진품 여부를 의심함으로써 내가 직업적으로 부도덕한 학자인양 명예가 실추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씨는 「모방」이라고 주장하나 그림에는 타인모방과 자기모방이 있다. 타인모방은 미술적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자기모방은 도상봉의 정물화와 김기창의 「바보산수」등에서 흔히 나오는 그 작가의 것이며, 혜원의 이번 그림도 자기모방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화첩 속의 「야행기녀도」에 대해서 「미숙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그것이 혜원의 30대초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보며, 혜원의 그림은 인물의 눈이 처음엔 동그랗다가 후기에 이를수록 날카로워진다는 것등을 열거했다.

 홍익대 박물관장을 역임한 한국화가 송수남교수는 『재료인 종이를 본 소감과 작가로서의 느낌을 말한다면 허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나정태씨는 『신문사진을 보고 판단했음은 사실이며 토론회 15분전에 주최자들이 가자고 해서 나왔다』면서 반박자료를 펴보였다. 그는 『「속화첩」 속의 그림들은 간송미술관 소장의 그림들을 뒤집어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다』면서 그 그림들은 삼원법(시점에 따라 고원·심원·평원법으로 그리는 기법)이 혼돈되는등 기법상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수남교수는 『삼원법은 풍경화에나 적용되지 풍속화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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