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차관 4명 “신랄한 자가비판”/정부부터 경쟁력없다” 화살/국민위해 법만드나 관료들 위한 입법이냐/쌀도 개방하는데 돈시장은 왜 개방안하나/정부보조금정책 지속은 마약 공급하는것/정 부총리,민영화정책 공격받자 당황하기도 경제정책의 본산인 과천청사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주말인 6월4일 10개 경제부처 국장급이상 1백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경제부처 정책토론회」에서는 「최고의 경제엘리트관료」, 「당대의 논객」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경제부처 차관들이 연사로 나와 장장 4시간에 걸쳐 기존의 정부정책을 서슴없이 비판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정재석부총리 홍재형재무 최인기농림수산 서상목보사 오명교통 남재희노동장관등도 참석, 「장관후보」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한리헌경제기획원차관 김용진재무부차관 이석채농림수산부차관 박운서상공부차관등 4명.
○…기존의 정부정책방향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예상외로 높아 재야학자들의 정책비판모임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낳게 할 정도. 박차관은 『실물거래와 무관한 증권산업의 개방으로 인체(경제)에 피가 아니라 물만 공급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쌀시장도 개방이 되는 마당에 돈시장은 왜 개방이 안되느냐』고 재무부를 은근히 겨냥하기도. 박차관은 농업·금융·중소기업부문에서의 무분별한 정부보조정책을 낱낱이 예시한 뒤 『정부보조금정책을 계속하는 것은 경쟁력을 떨어뜨려 마약을 공급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차관은 『우리나라 농업정책은 검증되지 않은 「신화」가 지배하고 있다』며 조목조목 기존의 농정을 비판. 이차관은 그 한 예로 농외소득이나 부업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려는 정책을 든 뒤 『개방시대에는 이런 정책이 맞지 않다』며 『전업농체제로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 경제학박사(미보스턴대)이기도 한 이차관은 『농림수산부차관으로서가 아니라 한 경제학도로서 발표하겠다』며 이같이 지적했는데 『산적한 농어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중국 삼국시대의 제갈량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연설에 뒤이어 열린 분임토의에서도 정부비판의 분위기는 계속됐다. 정부총리와 박차관 강봉균노동부차관등이 참석한 제1분임에서 강만수재무부세제실장은 정부의 공기업민영화 정책과 관련, ▲민영화대상의 선정기준이 애매하고 ▲시기선택에도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무한 인수경쟁을 불러일으켜 국가적으로 마이너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민영화정책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총리는 이에 당황한 듯 『내주중 토의를 다시 하여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토론을 서둘러 마무리시키기도.
○…관료사회에 대한 자기반성도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문민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한차관은 첫 연사로 나와 『각 부처별로 각종 성격의 육성법 진흥법등을 만들어 좋은 정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기에는 규제라는 엄청난 발톱이 숨겨져 있기 일쑤』라며 『과연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지 행정관료를 위한 법을 만드는지 분간키 어려운 때가 많다』고 지적. 박차관은 『정부부터 경쟁력이 없다』며 『웬 차관회의가 이렇게 많냐』고 경제기획원을 겨냥. 박차관은 『차관된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집무실 책상의 빼닫이도 열어보지 못했다』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관회의등 각종회의에만 쫓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차관은 『나 스스로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통산성 차관보다 얼마나 경쟁력있는지 반성하고 있다』며 『공직자 모두가 기업에만 경쟁력을 촉구할게 아니라 경쟁국의 같은 자리에 있는 공직자와 비교하여 자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 예산실장출신의 이차관은 『정부조직이 비용개념 없이 운용되고 있는 결과 엄청난 돈(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제2의 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차관은 『대원군이 다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있다』고 낮은 국제화수준을 지적.【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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