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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불 정상등 현장모여“승전회고”/노르망디상륙 내일로 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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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불 정상등 현장모여“승전회고”/노르망디상륙 내일로 50주년

입력
199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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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총리 초대못받아 “상처” 반증/관광객만 7백만 예상 불희색 「세계 전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6일로 50주년을 맞는다. 역사에 가정법을 쓴다면 이 작전의 실패는 유럽은 물론 세계지도를 완전히 뒤바꾸었을 것이다.

 유럽 및 아프리카 전선에서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은 44년 6월 6일 새벽 프랑스 중북부 해안을 밀물처럼 강타한 연합군의 대대적 공세에 밀려 패퇴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전체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인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은 종전을 향해 달음질쳤다. 노르망디의 군사적 승리는 이후 반세기간의 세계정치질서를 태동시켰다. 연합군의 일원으로 뒤늦게 참전한 소련은 전승국의 지위를 누리며 종전 직후부터 공산주의의 팽창을 시도, 냉전의 긴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역사는 또 바뀌었다. 동서의 군사적 대치와 이데올로기 대립이 사라진 지금 노르망디는 무엇을 증언하고 있는가.

 소년티를 벗지 못한 10대 후반의 병사들은 반백으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이제 적은 없다. 회고와 무용담만이 전설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온 손자손녀들에게 자유의 땅을 물려준 것만으로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노르망디 50주년 행사에는 5만여명의 참전용사와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빌 클린턴 미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 레흐 바웬사 폴란드대통령, 베넬룩스 3국 및 노르웨이 국왕 등 당시 연합상륙군의 일원이었던 국가수반 10여명과 정치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내년 8월의 2차대전 종전 50주년 기념일까지 이어질 3백50여개의 각종 기념행사와 관광프로그램에는 무려 6백만∼7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는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릴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수호에 대한 서방세계의 결속을 상징하는 이 행사에 유일하게 초청받지 못한 서방의 정치지도자는 헬무트 콜 독일총리다. 그의 불참은 이데올로기의 상처가 치유되기에는 아직 세월이 더 필요함을 말해준다. 이 행사를 공식 주관하는 연합군 재향군인회는 상륙 당일에만 1만여명 이상의 전우가 전사한 노르망디 해안에 독일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기념행사는 6일 저녁 오마하해안에서 6만여명의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50년전 그날의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1천5백여명이 연기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쇼에는 자그마치 3천만프랑(42억원)이 들었다. 이밖에 낙하시범 등 각종 군사행사와 추모제, 전쟁박물관 개관, 세미나, 마라톤대회, 당시 라이프지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사진전 등 크고 작은 기념행사와 수많은 관광행사가 이어진다. 

 당시 상륙작전의 주역이었던 미국을 대표하는 클린턴대통령은 이탈리아와 영국, 프랑스 등을 8일간 순방하며 미군장병 추모행사 등에 참석한다.

  그러나 그의 이번 노르망디 순방외교는 월남전 반대 및 징병거부 등 개인적 전력과 함께 유럽에서 군사외교적으로 손을 빼려는 미국의 외교정책 탓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와 묘한 마찰을 빚고 있다. 유럽의 전반적인 여론은 클린턴의 유럽순방에 냉담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군이 주축이 돼 병력 15만5천여명과 함정 5천여척, 항공기 1만2천여대가 동원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승산은 50대50쯤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뉴스위크지는 최근호에서 이 작전이 실패했다면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분석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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