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임원중에 「오너 드라이버」가 급격히 늘어났다. 군대로 하면 별쯤으로 비유되는 은행임원이 검은 색 세단 뒷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출퇴근마다 자기 차를 손수 운전하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자가운전족 은행임원이 등장한 까닭은 정부출자기관 경영합리화계획에 따라 정부가 올해부터 공기업임원들에 대한 전용운전기사 및 승용차배정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정부출자기관인 국책은행들도 이에 따라 은행장 부행장 감사를 제외한 부행장보(이사)들로부터 운전기사와 차를 회수했다. 어떤 임원은 운전을 할줄 몰라 매일 아침 아내가 직장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공기업은 아니지만 한국은행도 이사들에게 자가운전을 권할 계획이다. 중앙은행이 「솔선수범」하는데 시중은행들이 못본 체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곧 전은행권에 임원들의 손수운전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그런데 경비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은 좋지만 절약의 대상이 좀 잘못된 것 같다. 은행임원이면 최소한 3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젊음과 열정을 바친 사람들이다. 직업적 헌신과 능력없이 운이나 로비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는 결코 아니다. 전용승용차는 권위나 낭비의 상징이 아니라 임원에 이르기까지 반평생 공로에 대한 예우의 표현이다. 또 평직원보다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이 많으니 좀 편하게 다니라는 배려이기도 하다.
돈은 아껴야 하지만 정당히 받아야 할 예우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임원월급은 몇년째 동결상태고 인상이 돼도 자진반납해야 하며 툭하면 집무실 크기도 줄이는 형편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상사를 보면서 승진을 꿈꾸게 된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도 여기에서 생긴다. 그러나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한채 자리마저 위태로운 임원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젊은 직원들의 꿈과 의욕은 좌절로 변하게 된다.
자존심도 의욕도 꺾지 않으면서 경영합리화를 추구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응당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하고 희생만 강요당할 때 결국 나타나는 것은 복지불동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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