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가 한반도 미칠파장 고려/“시기·조건 유예설정 신중실행” 정부는 북한핵문제가 유엔안보리의 테이블로 옮겨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면서「안보리 이후」의 상황을 상정하기 시작했다. 4일 긴급소집된「북한핵관련 정부대책 점검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입장을 정리하고 나섰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유엔안보리의 다음수순은 세가지 정도. 우선 미국의 초강경분위기가 그대로 전이되면서 유엔안보리가 결의문 형식으로 대북경제제재를 발효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유엔이 대북제재를 결행하게 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발표함으로써 다시한번의「유예시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엔이 대북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일정한 조건을 첨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중 일단 유엔의 결정은 단호하고 신속해야 하지만 그 실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와는 별도로 북한이 지극히 전향적인 태도로 나오고 국제사회가 이를「성의있는 것」으로 수용할 수 있다면 북핵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점은 한미, 혹은 국제사회의 변함없는 전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즉각적인 경제제재의 발효는 현재의 국제적 분위기로 볼때 일단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문제가 IAEA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보고를 유엔에 하는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수순을 밟아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이달초로 예정됐던 북미3단계회담을 취소, 그들의 인내가 한계점을 넘어서 버렸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유엔의 대북제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시간적으로 지연될 경우 한미일3국간의「독자적 제재」를 먼저 실시한다는 원칙마저 수립돼있는 형편이다.
우리정부는 그러나 직접적인 대북제재가 한반도 와 동북아지역 전반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을 고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시간이든 조건이든 최후통첩 성격의 유예를 설정하자는 것이다.
시간의 유예와 관련, 정부당국자는『북한의 핵개발이 지난해 3월(북한의 NPT탈퇴선언)이후 정지상태에 들어간 것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전쟁을 억지하기위해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것인데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쟁의 위기가 형성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한다. 즉「매를 들고 있는 상황은 지속시키되 실제로 매를 때리는 시기선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유엔의 결정은 단호해야 하되 실행의 시기는 새로운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정부의 또다른 당국자는 조건의 유예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비록 IAEA가 핵연료봉 계측에는 실기했지만 북한의 핵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완전히 소진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녕변의 미신고시설등 북핵사찰의 관건이 남아있고 지난번의 추가사찰로 안전연속성은 일단 담보된 상황에서 곧바로 경제제재를 결정, 실행에 옮기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이탈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우리의 신중논이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점차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스스로「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선택, 건너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이미 내려놓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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